"약속이 없으면 들어올 수 없다."

23일 오후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홍 참사관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서신을 돌려주기 위해 도쿄의 외무성을 찾았다가 경비원의 제지로 건물 외곽 출입문에서 문전박대당했다. 노다 총리는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서신을 이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하지만 노다 총리의 서한이 외교 격식을 무시한 무례한 내용인 데다 정상 간 서신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등 일본 측이 외교상 결례를 저질렀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를 접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은 외교관 차량의 경우 외곽 출입문을 그대로 통과시킨 후 건물 내 출입문에서 외교관의 신분확인을 한다. 경비원들은 이날도 평소처럼 다른 차량은 모두 통과시켰다. 하지만 한국 대사관 차량은 제지했다. 김 참사관이 차에서 내려 한국 외교관이라고 밝혔지만 경비원은 막무가내였다.

김 참사관은 "면담 약속을 잡으려고 아침부터 외무성 담당자에게 전화했지만 거부당해, 약속 없이 서신 전달을 위해 직접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 외무성 담당자는 "서신을 반환하는 것이면 약속을 잡을 수도, 만날 수도 없다"고 했다. 김 참사관은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외무성에 도착해 담당자와 전화 연락을 시도하다 오후 4시 40분쯤 대사관으로 되돌아갔다.

외무성 경비원들은 이날 한국 기자들의 출입도 막았다. 이들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한국 기자는 절대 출입할 수 없다"며 가로막았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은 일 외무성이 한국 외교관의 건물 출입까지 막으며 노다 서신 반환을 막자 이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정상적인 외교문서 수발 경로까지 차단한 것은 외교 관례를 떠난 조치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수신을 원치 않으면 원발신자가 회수하는 것이 외교 관례를 떠나서 상식"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서신 반환에 대해 노다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너무 냉정을 잃은 행위"라고 말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도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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