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사상 6번째 꼴찌팀 타점왕이 탄생할까.

오릭스 버팔로스 4번타자 이대호(30)가 타점왕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2일 니혼햄파이터스전에서 싹쓸이 2루타로 3타점을 추가하며 시즌 74타점으로 이 부문 퍼시픽리그 1위 자리를 굳건히했다. 2위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59타점)보다 15점이 더 많다. 사실상 1위 굳히기. 센트럴리그 선두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69타점)보다 많은 양대리그 통틀어 최다 타점이다.

아베가 뛰고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센트럴리그 부동의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베의 요미우리와 달리 이대호의 소속팀 오릭스는 5월 이후 퍼시픽리그 꼴찌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위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5경기 뒤진 최하위 오릭스가 남은 36경기에서 탈꼴찌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졌다.

때문에 이대호의 타점 1위 행진이 더욱 빛난다. 대다수 중심타자들이 홈런보다 타점을 우선시하는 것도 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의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1950년 양대리그 체제 시작 이후 지난해까지 62시즌 동안 센트럴리그에서 31차례, 퍼시픽리그에서 23차례 총 54차례 1위팀에서 리그 타점왕이 배출됐다.

반대로 최하위팀에서 타점왕이 나온건 몇 번 있었을까. 센트럴리그에서 3차례, 퍼시픽리그에서 2차례. 총 5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확률적으로 4.0%. 센트럴리그에서는 1961년 구와타 다케시(다이요·94타점), 1975년 오 사다하루(요미우리·96타점), 2007년 알렉스 라미레스(야쿠르트·122타점)가 있었으며 퍼시픽리그에서는 1999년 터피 로즈(긴테쓰·101타점), 2000년 나카무라 노리히로(긴테쓰·110타점)가 있었다.

1999년 로즈와 2000년 나카무라 모두 오릭스 전신 긴테쓰 소속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대호의 오릭스는 지난해 팀 타선을 이끈 T-오카다와 고토 미쓰타카 그리고 사가구치 도모타카의 부상에 따른 전력 이탈과 타격 부진으로 팀 타선 전체가 침체했다. 이 와중에도 이대호는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타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지난 30년간 꼴찌팀 타점왕은 한 번도 없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함 팀에서 타점왕은 5번 있었고 전후기제가 없어진 1989년 이후에는 1994년 양준혁(삼성·87타점), 2005년 래리 서튼(현대·102타점), 2006년 이대호(롯데·88타점) 3명밖에 없다. 1994년 삼성은 5위였고, 2005년 현대와 2006년 롯데는 7위였다. 그 중에서 가장 승률이 낮은 팀이 바로 2006년 승률 4할7리의 롯데였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저 승률팀에서 배출된 타점왕답게 이대호는 일본에서도 역경에 굴하지 않고 꼴찌팀 타점왕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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