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이상 한일 협의 중단,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전담 부서 설치, 다케시마의 날 제정, 독도 측량선 파견….

일본 정부가 21일 독도 관련 각료회의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죄 요구 발언과 관련,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논의한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20일 "독도 관련 대책회의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당장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대응 조치 여부를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보복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응보다는 일본 민주당의 지지율 변화가 보복 조치의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권 민주당이 20일 조만간 실시될 총선에 대비해 합동선거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일본 정계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에 지지도가 한참 뒤떨어지는 민주당 정부가 인기회복책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일왕 사죄 요구 발언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반한(反韓) 감정도 고조된 상태이다. 민주당 정부가 센카쿠 상륙 홍콩 활동가를 사법처리 없이 강제 추방한 데 대해 "중국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 직후 흥분했던 일본 정부 관리들과 일부 언론에선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한·중·일 대립의 악순환을 우려하며 냉정한 대처를 주문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일본 외무성·재무성 등도 한일 관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빠뜨릴 수 있는 강경 카드를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이다. 일본 정부의 한일 통화 스와프 중단 시사에 대해 재계에서도 "엔고를 촉발시킬 수 있다" 식의 비판도 많다. 일본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정부로부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대한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본이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력 충돌을 유발해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측량선을 파견하고 한국이 이를 막기 위해 함정을 파견하면, 일본이 해상자위대를 출동시켜 무력분쟁을 촉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은 이를 빌미로 UN 안보리에 상정,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재판하라는 결의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2006년에도 자민당 정부가 측량선 파견을 결정, 한일이 무력충돌 일보 직전까지 대립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국교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안보리에 상정된다고 해도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일본 편을 들어줄 리도 없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 센터장은 "일본 정치인들은 강경 보복 조치가 일본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고 있는 한국 정부의 친중국화(親中國化)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두는 안보정책은 한·미·일의 군사·경제 협력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이다. 센카쿠 문제로 인해 중국 전역으로 반일 데모가 확산되는 등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까지 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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