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집단 왕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숨진 강모(16)양에게 스마트폰으로 집단적인 욕설을 퍼부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그것(욕설)은 스마트폰의 일상적인 문자 대화"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사건이 강양 부모 제보로 언론에 보도된 지난 16일 이후, 왕따 떼카(카카오톡 그룹 채팅)에 참여한 16명 중 10명 정도를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카톡(카카오톡)으로 욕하고 그러는 건, 일상적인 말로 원래 친구들과 맨날 그런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악의가 있었던 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욕설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별생각 없이 그랬다"고 진술했다. 왕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이들은 당일 오전 0시 4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아무런 맥락 없이 "ㅅㅂ(X발)" "XX새끼 X발 나대고 지랄이야 개깝ㅋㅋ" "X또 X미…"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XX년아"라는 욕설에 대해 "ㅋㅋㅋ"라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로 이들의 대화는 거칠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숨진 강양의 가족은 "딸은 이 대화에 큰 충격을 받고 투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이런 내용이 일상적인 대화라면, 카카오톡을 하는 학생들은 강양처럼 자살에 이를 수 있는 심리적 충격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실제로 학생들의 온라인 대화가 지나치게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만든 페이스북 클럽에는 별다른 목적이나 의미 없이 "발정난 XXX들" "병X XX" "X발" 등의 욕설 댓글이 올라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메시지를 쓸 때 단어 앞에 '캐'나 '개' 같은 말을 붙이거나, 'ㅄ(병X)' 'ㅈㄴ(X나)' 같은 약어를 사용하는 건 보통"이라며 "만약 이걸 보고 상처받는 애들이 있다면, 상처받는 아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 B군도 "(친구들 사이에서) 굳이 욕이 아니더라도 말을 잔인하게 한다. 죽여도 그냥 죽인다고 하지 않고 찢어 죽인다는 식"이라면서 "욕을 하면 분위기가 살아나고 친근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조규익 숭실대 교수는 "단문(短文) 메시지에서는 이성적인 소통보다 외마디 소리나 강한 자극을 주는 욕설 등이 선호된다"면서 "스마트폰이나 SNS에 익숙한 10대가 일상적으로 욕설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도 "카카오톡이나 SNS는 10대에게 충동이나 감정을 즉각 해소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가령 요즘 10대는 화가 나거나 욕을 하고 싶으면 바로 스마트폰을 열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마디씩 (욕설을) 던지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이 이 같은 욕설을 들으면 정신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메시지는 지우지 않는 이상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해서 지속적으로 상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온라인 욕설에 대한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 서울 지역 중학교 교사 박모(26)씨는 "온라인 공간에서 집단으로 언어폭력을 당한 학생이 캡처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교사는 알 도리가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숨진 강양을 모욕하겠다는 의도가 밝혀지면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의도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언어폭력도 자살 등 죽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법 해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창국 전주대 교수도 "욕을 많이 하고 적게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럿이 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