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프로축구단이 창설될 전망이다. 정확히 말하면 창단은 아니고 연고지 이전이지만….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팀은 안산HFC. 안산HFC뿐만 아니라 고양시도 적극 추진하고 있고 시의회도 긍정적이다. 고양시의회는 오는 23일 의총을 열어 안산HFC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고양시와 안산HFC가 협약을 맺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심사해 최종 결정을 내리면 고양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이 창설된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독립야구단 원더스, 프로농구단 오리온스, KB국민은행축구단·대교 눈높이 여자축구단 등 여러 팀을 갖춘 스포츠의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경기 북부 프로팀으로는 농구에 이어 두 번째이다.

◇프로축구 1·2부 리그 업다운제

고양시가 프로축구팀을 창단하려는 이유는 고양종합운동장 등 뛰어난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 체육과 계은영 전문위원은 "타 지역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경기는 평균 관중이 1만여명에 이르지만 고양시에서 열리는 국민은행이나 대교여자축구단 경기는 관중이 100~20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는 경기 북부의 거점도시로서 지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프로축구팀이 아쉬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러던 차에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정몽규)이 내년부터 K리그를 1·2부로 나누기로 한 것이 본격 계기가 됐다. 연맹에 따르면 외국 대부분의 프로리그들은 1·2부제를 통해 승강제(업다운제)를 도입하고 있다. 1부 리그 꼴찌팀은 2부로 떨어뜨리고 2부 리그 1위팀은 1부로 진출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재미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축구리그는 프로리그인 K리그와 실업리그 N리그(K2리그), 아마추어 리그인 K3리그(3부)로 구성돼 있다. 여자축구 리그인 'WK리그'도 2009년부터 시작됐다. 고양 국민은행축구단과 안산HFC는 N리그에서, 대교 눈높이 여자축구단은 W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연맹은 내년부터 프로리그인 K리그 2부 리그를 6~10개 팀으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2부 리그에는 현재 N리그에서 활약하는 팀 중 안산HFC와 상무, 경찰청, 올해 K리그 꼴찌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은행팀은 관계법상 은행업 외에는 수익사업을 못하게 돼있어 프로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업리그인 N리그의 안산HFC와 고양KB국민은행이 지난 2009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른 경기. 안산HFC 선수들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안산시의회 등은 비우호적"

고양시가 안산HFC를 연고팀으로 맞아들이려는 데는 안산HFC와도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국내 최초의 프로축구팀인 안산HFC는 지난 80년 당시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자 축구협회장이 구단주가 돼 할렐루야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됐다. 3년간 프로팀으로 있으면서 우승도 했다. 이후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실업팀에서 활동하다 98년 IMF 때 팀이 해체되는 일을 겪었다. 하지만 이듬해 당시 이랜드 축구팀 감독이던 이영무 현 단장이 이랜드팀과 합쳐 팀을 재창단했다. 2004년부터 연고제가 프로축구에 본격 도입되면서 경기도 김포를 연고지로 활동하다 2007년부터 안산을 연고지로 해서 지금까지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재창단 이후에는 이랜드가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다. 안산HFC는 다른 프로축구단과 달리 기업이 소유한 축구단이 아니어서 이랜드는 후원에 그치고 있다. 이영무 단장 겸 감독이 중심이 돼 후원 이사회(33개 지역 대형 교회들)와 개인 후원자 2800여명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운영을 하고 있다.

이영무(59) 단장은 "올해로 6년째 안산을 연고로 해 경기를 하고 있고 팬들도 많다"며 "프로 진출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유기적인 부분이 필요하고 프로로 올라가면 예산이 두 배이상 필요한데 안산시는 프로구단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산에서 매년 1억5000만~2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작년부터 지원이 중단됐다는 것. 특히 시의회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축구팀에 비우호적인 상황이어서 대안을 찾아보던 중에 고양시에서 적극 나서고 이영무 단장이 고양시 능곡 출신이어서 연결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안산HFC의 연고지 이전소식에 처음 고양시의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안산HFC가 고양시에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반발한 것. 안산HFC는 당초에는 유소년축구발전기금으로 3년간 매년 5억원, 리그 가입비 3억원 등 총 18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양시의원들은 "그만한 돈을 들여 프로축구단을 영입할 필요가 있나"며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이영무 단장은 "프로 2부 리그에서 뛰면 대한축구협회에서 3년간 매년 10억원뿐만 아니라 메인스폰서인 이랜드도 지원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며 "고양시에 요구한 3년간 총 18억원도 대부분이 유소년 축구캠프, 지역 아동 축구교실, 엘리트 유소년 클럽 지원 등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기금인데 이 금액이 부담되면 금전적 요구는 철회하겠다"고 했다. 시에서 프로축구단에 대한 열의만 있다면 예산 지원 안받고 연고권만 갖고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남 부총재 등이 고양시의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밝혔다. 이로 인해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를 포함,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선회했다.

고양시 계은영 전문위원은 "남은 변수는 국민은행 축구단과의 조율"이라며 "국민은행이 현재 고양종합운동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안산HFC가 이전해오면 운동장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