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외교루트로 공식 항의했다.

이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직후 ‘일왕 발언’까지 겹치면서 한일 관계가 앞으로 수년간 냉각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15일 일본 취재진에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날 오전 대응 방안을 협의한 뒤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치인들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이날 오후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고,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마쓰바라 진 공안위원장은 이날 오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뒤 “예의를 잃은 발언이다.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방문을 포함해 일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고가 마코토 자민당 전 간사장은 “진심으로 유감스럽다. 일한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향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한 성향의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 대통령은 일본을 이해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왔다.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매우 놀랐다. 일한 관계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전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국의 리더 발언으로는 예의가 아니다. 대통령이 친일(親日)적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믿을 수 없는 발언이다. 악영향이 수년간 미칠 수도 있다”는 외교소식통의 발언을 전하면서 내년 2월 한국에 차기 정권이 출범해도 한일관계 복원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사히 TV는 일왕이 한국 방문을 추진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의 한국 방문을 권했다고 주장했다.

일왕의 방한은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과거사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 간에 오랫동안 논의된 사안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기 위해 일왕의 방한을 환영한다고 했다. 취임 2년차인 2009년 9월에는 일왕의 방한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