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광복절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태극기. 광복 당시 ‘대한독립’을 외칠 때 많은 이의 손에 들려 있던 태극기지만 남북 분단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북한에서는 태극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14일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에 따르면 탈북자 100명을 상대로 ‘북한에 있을 때 태극기를 알았는가?’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탈북자의 84%가 전혀 몰랐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처음 한국에서 태극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태국 국기를 태극기라는 줄 알았다는 대답도 있었다고 전했다. 뉴포커스는 “태극기를 알고 있었다는 대답은 불과 20명 미만으로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이었거나 또는 남들보다 한국 드라마를 즐겼던 사람들이었다”며 “우리가 북한의 인공기를 아는 만큼 북한 주민도 우리의 태극기를 알아보리라는 예상이 틀렸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 여자축구 경기 당시 북한의 인공기 대신 한국의 태극기가 걸린 것을 보고 북한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는데, 첫눈에 단지 자국의 국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 그것이 한국의 국기라고 아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마저 국제대회에 출전한 운동선수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북한의 일반주민들은 알아채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탈북자 박 모씨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가 한국 국기라는 건 한국 드라마를 보며 알았다”며 “북한에서는 태극기를 알 수가 없지만 설사 안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북한 공개 방송들에선 태극기가 나오지 않는다. 다 지워버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남공작부 출신 탈북자 최 모 씨 역시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북회담이나 교류 시 인공기도 태극기도 아닌 한반도기 사용을 요구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북한 TV에서 태극기의 존재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라며 “김씨 일가가 통일의 구심점이라는 선전은 해야 하는데 남북이 각자 자기 국기를 들고 나오면 그 선전 논리가 희박해지기 때문에 아예 중립적인 한반도기를 고집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일성의 젊은 시절인 1948년까지는 북한도 태극기의 존재를 인정했다. 평양시 한가운데도 태극기가 걸렸으며 김일성도 태극기 앞에서 투표한 적이 있었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와 함께 인공기가 정식 출현하면서부터 태극기는 북한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TV에서 태극기가 비치기라도 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얗게 지워 방영한다고 한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전에 온 탈북자들은 태극기를 전혀 몰랐고, 그나마 2000년 중반에 온 탈북자들은 북한 내 한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 화면을 통해 알고 있었다. 1994년부터 1999년 사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대한민국이란 국호도 몰랐다고 한다. 남조선이 한국의 공식 국호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뉴포커스는 “북한은 정권 강화를 위해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주적개념만 세뇌시키고, 대한민국 국호와 국기까지 철저히 숨겨 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