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 복원 공사가 4개월 후면 끝나지만, 관리 계획을 놓고 관계 기관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현행법상 관리 주체는 서울 중구. 하지만 중구는 문화재청이 맡아야 한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미루고 있다.

숭례문 복원 공사는 7일 현재 기와 잇기 단계에 와 있다. 기와 2만2000여장을 잇는 작업은 중요무형문화재 이근복 번와장(翻瓦匠)이 하고 있다. 9월 중순쯤 마무리될 예정. 남은 단청 작업은 13일부터 시작한다. 이 역시 오는 10월 초순이면 끝난다. 이때쯤이면 복원한 숭례문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숭례문은 복원 공정률은 85% 정도다.

복원 공사 완료를 4개월 앞둔 7일 오후 서울 숭례문 현장에서 기와 잇기가 한창이다. 85%가량 공정이 진행된 숭례문은 관할 기관들 간 책임 떠넘기기로 아직 구체적인 관리 계획을 못 세우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방화로 무너졌던 숭례문이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관리 주체인 중구는 아직 머뭇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중구가 내놓은 것은 지난 5월 숭례문 경비 인력 인건비 집행 계획뿐. 주간 10명, 야간 2명으로 총 2억8532만원이 든다는 내용이다. 중구 관계자는 "숭례문 화재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이 해결될 때까지는 중구는 관리 계획을 유보하겠다는 태도다.

이미 중구는 3차례 문화재청에 숭례문 관리를 넘겨받으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숭례문 관리 기관을 서울시로 지명했고, 서울시가 1995년 다시 중구청에 위임한 이상, 현행법상 숭례문 관리 기관은 중구라는 주장이다.

중구는 사실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에는 앞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정동일 중구청장은 "국보 1호 숭례문 관리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는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문화재 관리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은 "관리할 능력이 안 된다"고 책임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중구뿐 아니라 관리 책임을 나눠 가진 서울시와 문화재청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5일 숭례문 복원 현장에선 중구, 서울시, 문화재청 담당 공무원이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들이 방문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중구 안재혁 도시관리국장은 "국보 1호 숭례문은 상징성과 역사성이 있는 문화재"라며 "중구 관할 지역에만 문화재가 144개 있는데 이를 문화재팀 직원 3명이 관리하기 때문에 숭례문까지 맡기는 벅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전국 문화재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며 숭례문도 예외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소관 사안이 아니다"며 방관하는 처지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숭례문 1차 관리 책임 기관을 중구로 규정한 현행 제도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문화재청은 권역별 지방청을 세워 일관된 문화재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