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 출전한 양학선이 금메달 획득후 기뻐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머니는 "대신 아주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하셨다. 양학선은 "엄마의 꿈이 궁금하다. 얼른 물어보고 싶고, 너무 보고 싶다"며 금빛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 체조의 꿈, 누구보다 행복한 가족의 꿈이 이루어졌다.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은 새처럼 날아올랐다. 6일 밤(한국시각) 런던 노스그린위치 아레나에서 펼쳐진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 결승에서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체조사상 첫 금메달이다. 1960년 로마대회 이후 52년만에 오랜 꿈을 이뤘다. 기다림은 깊었지만 금메달의 순간을 5초의 찰라였다. 양학선은 "몸이 희한하게 깃털처럼 가벼웠다. 몸을 비트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오늘은 아무 생각이 안난다. 그냥 저절로 돌아갔다"고 했다.

1차 시기, 난도 7.4 비장의 무기 '양학선'을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여홍철의 '여2(뜀틀을 짚고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고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두 바퀴반을 비틀어 착지하는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공중에서 세바퀴, 1080도를 눈깜짝할 새 비틀어 내려야 한다. 끝까지 '여2'와 '양학선'을 놓고 고민했다. 경쟁자의 점수가 16.266점 이상일 경우 '양학선'을, 그렇지 않을 경우 난도 7.0의 '여2'로 가자고 코칭스태프와 전략을 짰다. 러시아의 데니스 아블리야진이 16.399점을 받으면서 '양학선'을 쓰게 됐다.

양학선은 역시 강심장이었다. 쾌재를 불렀다. "내가 준비해온 거 다 쓸 수 있게 제발 16.266점을 넘어라"고 기도했단다. 진검승부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금메달이 아닌 도전적인 금메달을 원했다. 세상에 없던 난도 7.4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을 올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시켜보이고 싶었다. 1차시기, 완벽하게 세바퀴을 돌아냈지만 착지가 흔들리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7.4점의 원천기술의 힘은 워낙 강력했다. 난도점수 7.4점, 실시점수 9.066점. 전광판에 16.466점이 찍혔다.

2차 시기는 '스카라 트리플(손짚고 옆돌아 몸을 펴고 세바퀴 비틀기, 난도 7.0)'이다. 광주체고 시절 은사 오상봉 감독 아래 마스터한 익숙한 기술이다. 눈감고도 할 만큼 혹독하게 연습을 거듭했다.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하게 꽂아냈다. 포디움이 뜨거운 박수소리로 넘쳐났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고 했다. 이호식 기술위원장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클린 연기"였다고 극찬했다. 실시점수 9.6점, 무려 16.600점을 받아냈다. 평균 점수 16.533점의 양학선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런던 입성 후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 태릉선수촌에 노메달로 돌아온 후 친한 동료들이 등을 돌리는 악몽을 꿨다. 경기 이틀전엔 경기 직후 순위가 나오지 않는 꿈을 꿨다. 어머니 기숙향씨가 막내아들을 안심시켰다. "엄마가 대신 아주 좋은 꿈을 꿨다"고 했다. 금메달을 딴 후 "엄마의 꿈이 궁금하다. 얼른 물어보고 싶다. 너무 보고싶다"며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박종훈(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 유옥렬(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여홍철(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 등 이 종목의 걸출한 선배들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1960년 로마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총 13차례 올림픽에서 은4, 동4에 그쳤던 한국 체조 50년 '노골드'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이루어진 꿈은 가족의 꿈이기도 하다. 올림픽 금메달은 그동안 넉넉치 않은 생활속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 부모님의 힘이 컸다.

평생 미장일을 해온 아버지 양관권씨(53)와 공장일을 해온 어머니 기숙향씨(43)는 막내아들을 구김살 없이 키워냈다. 기씨는 "학선이를 가졌을 때 도랑에 흘러들어온 붕어가 비단잉어로 변해 높은 곳에서 재주를 넘으며 갈채 받는 꿈을 꿨다"고 했다. 20년 후 오늘을 예견한 100% 예지몽이었다. "사주를 보면 해외에 다니며 이름을 떨칠 운이라고 한다. 우리는 비행기도 못타봤지만 우리아들은 성공했다"며 흐뭇해 했다.

돈이 부족했을 뿐 사랑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미장일을 못하게 되면서 지난해 귀농을 택했다. 양학선의 부모님은 전북 고창의 비닐하우스 단칸방에서 산다. 양학선이 태릉에서 외박을 받아 집에 올때면 온식구가 오손도손 한방에서 잔다. 양학선의 머리맡, 단칸방 벽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경기를 보러다니며 직접 찍은 '삐뚤빼뚤'한 사진들이 걸려 있다. "링에서는 팔이 흔들렸고, 여기선 다리가 구부러졌어."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된 자세만 골라 벽에 붙여놓았다.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오답노트'다. 아들을 런던에 혼자 보내고 어머니는 늘 노심초사했다. 씩씩한 아들이 부담감에 마음을 쓸까 걱정하면서도 "'우리아기'는 워낙 강심장이라 괜찮아, 잘할 것"이라며 무한믿음을 보냈다.

사랑받고 자란 양학선은 어딜 가도 당당하다. 가족을 가슴에 품고 달리는 '효자' 양학선에게 런던 금메달은 놓칠 수 없는 꿈이었다. 허리 아픈 부모님, 일만 하는 부모님이 이제는 편해지셨으면 한다. 인터뷰마다 "금메달을 따서 부모님께 번듯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꿈을 감추지 않았다. 양학선의 꿈도, 부모님의 꿈도, 체조계의 꿈도 모두 이루어졌다. 스스로 길을 열었다. 두려움 없이 당당한 청춘 '양신'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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