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런던올림픽에선 져주기 경기 끝에 한국과 중국 선수등 여자 배드민턴 선수 8명이 실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현지 관중과 외신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가 자신의 기명칼럼을 통해 '금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은 고의 패배가 아니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일부러 져주는 경기로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중국과 한국, 인도네시아의 여자 복식 선수 8명을 전원 실격시켰다. BWF는 이들이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유리한 대진을 받기 위해 일부러 서비스를 잘못 넣는 등 무성의한 경기를 펼쳤다고 지적했다.

실격선수 명단에는 한국의 정경은-김하나, 하정은-김민정,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인도네시아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 선수가 포함됐다.

뉴욕타임스의 샘 보든 기자는 이와 관련 2일자 '올림픽의 목표는 메달이지, 전 경기 승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예선전 고의패배를 이유로 선수들을 실격시킨 BWF의 결정을 비판했다. 예선전 고의 패배는 큰 의미에서는 '이기기 위한 노력'의 한 수단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조별 예선에서 1등을 해서 돌아오는 것은 없다"고 말했던 미국 여자 축구팀의 애비 웜바크의 말을 인용했다. "나를 비롯해 100m 금메달리스트 우사인 볼트까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목표는 금메달이며, 나머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보든은 "선수들은 조별 예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고려해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며 옹호했다. "야구 경기에서 팀의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일부러 아웃당하는 '희생 번트' 플레이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는 "통산 0.313의 타율을 가진 데릭 지터(미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내야수)도, 어떤 상황에서는 팀을 위해 아웃당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다. 야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에서 때론 실패가 좋은 전략이 된다"고 말했다. "될 수 있으면 강한 상대를 피하는 것이 금메달의 확률을 높이는 일"이라며 고의 패배가 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더욱이 야구에서 희생번트에는 팀의 아웃카운트가 늘어나는 '눈에 보이는 희생'이 있지만, 배드민턴 고의패배는 이런 희생도 없다"며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보든은 "모든 경기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라"는 명제는 서양에서 발명된 개념이라면서 "이는 감각이 떨어지고 때론 비논리적이기까지 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보든은 만약 이런 일이 4년 전 베이징에서 일어났다면 개최지 반응이 크게 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시아인들에게는 '손자병법'의 "이기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세우라"는 가르침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은 비기는 전략을 선택해 후반에 공격수를 아예 투입하지 않았다. 이 역시 조 2위를 차지해 준결승을 스코틀랜드까지 이동하지 않고 치르기 위해서였다. 보든은 "일부러 지는 플레이를 팬들이 칭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이기기 위해 일부러 지는 일이 때로는 경기의 일부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