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청사 외벽은 빛나는 유리 벽면이다. 최근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시민 사이에선 "신청사가 여름철엔 찜통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유리 외벽을 가진 용산구청 신청사와 성남시청 신청사는 한여름에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덥기 때문에 '찜통 청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본지 취재팀은 1일과 3일 두 번에 걸쳐서 서울시 신청사건립팀과 함께 직접 신청사 내부 온도를 측정했다.

◇서늘한 느낌의 신청사 로비

폭염경보가 3일째 내려진 지난 3일 오후 2시, 취재팀이 서울시 신청사관리팀과 함께 측정한 서울시청 앞 기온은 37.0도였다. 기상청이 발표한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35.0도였지만 아스팔트 복사열 등의 영향으로 2도 높았다.

공정이 97% 진행된 신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게 되는 1층 로비의 온도는 에어컨 등 공조시설을 전혀 가동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바깥보다 6도나 낮은 31.0도여서 순간적으로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다. 총 13층인 청사 기온을 층별로 재 봤다. 시장실이 들어설 6층은 31.8도, 9층은 33.7도였고, 사무실이 있는 가장 위층인 11층은 34.0도였다. 외부가 37.5도였던 지난 1일 측정할 때도 1층 로비는 31.2도, 6층은 32.2도, 9층은 33.8도, 11층은 34.2도여서 내부가 3.3~6.3도 낮았다.

◇삼중코팅 특수 유리의 힘

신청사 전면 유리는 두께 31.52㎜의 복층 유리로 이 중 6㎜가 특수 유리 트리플 로이(triple Low-E)다. 유리 안에 특수 금속 막을 3겹으로 코팅해 일반 유리보다 단열 효과가 2배 이상이며, 적외선 차단 효과도 4배가 넘는다. 국내 기술로는 2겹 코팅이 한계여서 미국에서 10억600만원을 들여 수입했다. 1㎡에 25만원 정도로 일반 유리보다 50% 정도 비싸 그동안 공사비를 아낀다는 이유로 공공건물은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성남시 청사와 용산구 청사는 1겹 코팅 유리를 썼다. 성남시청은 한여름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청사 안이 바깥 온도보다 2도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성남시청과 용산구청은 특수유리를 썼을 때보다 장기적으로 냉난방비로 더 많은 돈을 쓰게 됐다"고 했다.

◇자연 환기 시스템

전면 유리 벽면 뒤 내부 빈 공간을 이용한 자연 환기 시스템도 온도를 낮춘다. 유리 외벽부터 8~12m 너비로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뻥 뚫린 구조가 환기에 활용된다. 이처럼 내벽을 따로 배치하는 방식을 '이중 외피(double skin)' 공법이라고 한다. 유리 외벽과 사무실이 바로 붙어 있는 성남시청사나 용산구청사와 다른 구조다.

유리 외벽 3층 높이에는 세모난 창 44개가 열려 있었다. 이리로 바람이 들어와 12층의 8개 공기 배출구(배기창)로 나간다. 이날 천장 배기창들은 열린 상태였다. 신청사를 설계한 유걸씨는 "아래쪽 창을 통해 들어온 공기가 뜨거운 공기를 지붕 밖으로 밀어올려 배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창으로 나가는 공기 온도는 35.9도에 달했다. 신청사는 겨울엔 꼭대기의 배기창을 닫아 '온실효과'를 내서 보온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사무실과 공간 사이에는 '그린 월(Green Wall·수직 정원)'이라는 시설도 있다. 약 1600㎡ 규모인 이 벽에는 식물이 심어져 있어서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내려주고 산소를 뿜는다.

앞으로 튀어나온 건물 지붕 부분은 전통 한옥 처마처럼 햇빛을 막는다. 지붕 위쪽에는 유리가 아닌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어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엔 햇빛을 반사하며, 태양 고도가 낮아지는 겨울엔 햇빛이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구조다. 윤종호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여름철 낮시간의 일반 콘크리트 빌딩 내부 온도는 바깥보다 2~4도 정도 낮다"며 "유리 신청사 기온이 외부보다 3~6도 낮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것"이라고 했다. 새로 단장한 서울시청은 오는 9월 1일부터 직원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