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주부 박진희(가명·45)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중 1 아들에게 도착한 '경찰서 출두 요청 우편물' 때문이었다. 아들의 죄목은 '저작권 위반'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든 블로그에 만화책 내용을 올려 공유한 게 문제가 됐다. 다행히 박씨의 아들은 '나이 어린 초범'인 점이 반영돼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다. 하지만 박씨는 요즘도 아들이 PC 앞에만 앉으면 자신도 모르게 실눈 뜨고 바라보게 된다.

경기 용인 현암초등학교에서 열린‘찾아가는 저작권교실’풍경. 저작권 지도 강사가 저작권 위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채명기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연수원장은 "저작권 침해는 의도가 어떻든 간에 명백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채 원장은 "'저작권 불감증'은 글로벌 시대를 맞는 우리나라 학생이 세계적 인재로 성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만17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작권 지수' 조사 결과, 학교급별 응답자의 평균 저작권 지수는 초등생이 76.9점으로 가장 높았고 고교생은 71.5점으로 가장 낮았다(중학생은 73.3점). 저학년으로 갈수록 저작권 지수가 높게 나온 건 저작권 교육이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 현암초등학교에선 '찾아가는 저작권 교실'이 열렸다. "저 뒤에 걸려 있는 여러분 그림에도 저작권이 있을까요?"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전에 선생님이 말했죠? 사람이 고민해서 만든 창작물은 종류와 관계없이 저작권이 있다고요. 그렇게 본다면 여러분의 그림에도 당연히 저작권이 있습니다." 수업 내내 진지한 자세로 경청한 신지연(5년)양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같은 건물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글이나 사진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저작권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 놀랍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수남초등학교 복도엔 저작권 관련 표어가 빼곡하다. 교실 뒤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엔 일명 'CCL(Creative Commons License, 제한적 이용 허락제도)'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수남초등은 지난해부터 경남도교육감이 지정하는 '저작권교육정책 연구학교'로 지정돼 관련 교육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담당 송봉규(44) 교사는 "초등생의 저작권 침해 행위는 대부분 무지에 그 원인이 있다"며 "학생들은 아직 어리고 순수해 본인의 행동이 (저작권 위반에 해당하는) 범법 행위란 사실을 알고 나면 금세 잘못을 뉘우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학년생의 경우, 제때 교육만 잘 받으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시행 '찾아가는 저작권 교실'은 학교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 일선 학교 교사가 해당 직무연수 과정을 거친 후 학생 지도에 나설 수도, 청소년과 학부모가 관련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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