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해왔으나 제 가까이에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면서 "모두 제 불찰이고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사과를 듣다 보면 이 대통령은 가족과 측근들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들'을 요즘에야 알게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前) 의원이 2개 저축은행으로부터 7억여원을 받은 건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대통령 정치멘토로 불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젊은 실세(實勢)로 통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같은 건설 시행사로부터 각각 8억원과 1억6000만원을 받은 것도 2007년 대선을 전후한 시기다. 최 전 위원장 변호인은 며칠 전 법정에서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은 대선 후보 경선에 필요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5년 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당선을 돕겠다는 명목 아래 이 대통령의 수족(手足)에게 줄줄이 검은돈이 건네졌는데 이 대통령만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 55명이 연판장을 돌리며 만류하는데도 끝내 출마를 강행한 이 전 의원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이 전 의원과 박 전 차관 등의 전횡과 국정 농단 가능성을 경고했던 의원들만 그 후 사찰을 받는 등 피해를 보았다. 최고 권력자로서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이다. 이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통령의 자성(自省)이 없는 것이 아쉽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 비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이 이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함께 밝혔더라면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에게 좀 더 진실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 회견 시간을 공중파 3사가 새누리당 경선 후보 토론회를 중계하는 시간대로 잡고 그나마 회견 35분 전에야 회견 사실을 급하게 고지했다. 그 바람에 대통령 회견은 YTN만 중계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대통령이 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회하는 마음을 담아 사과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회견을 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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