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반 정찰위성이 순환버스라면 무인정찰기(UAV)는 자가용"이라고 말했다. 지구 둘레를 도는 정찰위성은 24시간 한 곳에만 있을 수 없어 다시 같은 장소를 탐색하려면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무인정찰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지역을 돌며 탐지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군사용 정찰위성이 없는 우리나라는 당분간 무인정찰기 기술을 발전시켜 부족한 대북 정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이런 배경에서 2002년 지상 3㎞에서 작전을 펼치는 저(低)고도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이어 2006년부터는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 연구에 힘써왔다. 중고도 무인정찰기는 10~15㎞ 상공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정찰할 수 있으며, 감시거리는 1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인정찰기가 실전 배치되면 휴전선에서 80㎞ 이북 지역의 영상 정보를 탐지할 수 있는 금강정찰기와 함께 군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대폭 증강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난 2000년 개발해 2002년 세계 10번째로 야전에 실전배치한 군단급 무인정찰기 '송골매'. 지상 고도 3~4.5km에서 작전을 펼치는 저(低)고도 무인정찰기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무인기의 탑재 중량을 500㎏으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전자광학·적외선 영상장비와 합성영상레이더, 데이터 통신 장비를 개발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미 측이 중고도 무인정찰기의 탑재 중량에 연료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이다. 미 측 주장대로 연료를 포함시킬 경우 무인정찰기의 운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 우리 방산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 측은 "한국이 연료를 적게 채우고 대신 폭탄이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운용 중인 고(高)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블록 10)의 탑재 중량은 907㎏(전체중량 1만2000㎏)으로, 여기에는 연료 무게가 빠져 있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탑재 중량이 500kg으로 제한된 상태에선 고고도 무인정찰기 개발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면서 "만약 연료도 탑재 중량에 일부 포함시킬 경우 앞으로는 저고도 정찰기만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대북 정보력 확충을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으로부터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려 했다. 운용고도가 20㎞인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체공시간이 24~36시간에 이르고 최대속도는 시속 635㎞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개발·보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호크처럼 미국이 한국에 판매하는 무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도입하려 했지만 미 의회의 반대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2015년 12월 전시작전권 반환을 앞두고 미국은 한국이 대북 정보획득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무인정찰기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