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인 1979년에 만들어진 한미 미사일 지침이 계속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을 경우 우리와 중국·일본·북한과의 '미사일 디바이드(격차)'가 더 커질 것이고, 이를 방치할 경우 한 세대 이상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미사일 격차를 이대로 두는 것은 국가 안보에서 후대(後代)에 죄를 짓는 것"이란 말까지 하고 있다.

1㎞라도 더 늘리려 경쟁

중·일은 물론이고 북한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로켓 능력을 갖춘 뒤에도 사거리를 1㎞라도 더 늘리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1965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라"고 지시한 뒤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중국은 현재 한반도는 물론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1700㎞의 DF-21을 1980년대 후반에 이미 실전 배치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이미 탄도미사일의 기본 기술이 적용된 고체로켓 폭탄을 설계했다. 1970년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릴 정도로 관련 기술이 발달해 있다. 군사전문 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Security.org)'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이 보유한 최상급 ICBM과 유사한 능력을 갖춘 로켓을 이미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근무했던 정규수 박사는 "우리가 자위 수단을 강구하든 안 하든 간에 그들(주변 강대국)의 군비 현대화는 어차피 '풀 스피드'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 같은 중·일의 미사일 능력을 견제하기 위해 최소한의 억지력을 가지는 것은 당위(當爲)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탄도미사일로 억지력 가져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사일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순항미사일보다 탄도미사일 개발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우리는 이미 사거리 1500㎞의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전략적 의미에서 제대로 된 억지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보유한 순항미사일인 현무-3의 탄두(彈頭)는 500㎏에 못 미쳐 그만큼 파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보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1t가량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순항미사일에 비해 다양한 무기도 탑재할 수 있다. 음속(音速)보다 5~24배 빨리 초고속 비행을 하기 때문에 선제 및 방어공격에도 유리하다.

순항미사일은 약 1000㎞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탄도미사일은 불과 10여분 만에 공격할 수 있다. 이런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이동식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선제 타격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미사일 격차를 줄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위(自衛) 또는 생존 전략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