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에 나선 미국은 우리 측 요구대로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에서 800㎞ 이상으로 늘리려면 현재 탄두 제한 중량인 500㎏ 선을 유지하거나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1년 미사일 지침 개정에 명문화된 '트레이드 오프(trade-off·사거리 확장 시 탄두 중량 축소)'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우리의 미사일 능력을 현 수준에서 사실상 영구 동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미사일 개정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17일 "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사거리를 800~100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미국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만약 사거리를 늘리게 되면 탄두 중량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 기관의 군사 전문가는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이면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는 이상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미국 측 제안대로 하면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로서는 사거리를 늘리는 효과가 없다"고 했다. 다른 연구원은 "유사시 지하 깊숙이 숨겨진 북한의 미사일 기지나 핵 시설, 공군기지 등을 파괴하려면 탄두 중량 500㎏ 이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의 현무-2와 같은 탄도미사일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탄두 중량이 500㎏ 이하로 제한됐지만, 북한은 탄두 중량이 650kg~1t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탄두 중량 최대 3t, 러시아는 8.8t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이율배반'이란 의미를 가진 용어로 두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 하나를 포기하거나 달성 시기를 늦추는 경우를 뜻한다. '사거리 300㎞, 탄두 중량 500㎏'의 한미 미사일 지침에서는 사거리와 탄두 중량 중 한쪽을 늘리면 다른 쪽을 줄여야 하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