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인 박숙경(가명·30)씨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회사원과 결혼했다. 결혼비용은 전액 양가 부모가 댔다. 신랑 부모가 4억원짜리 전세를 얻어주고, 신부 부모가 현금 2000만원을 예단으로 보냈다.

"대학 졸업한 뒤 계속 일했지만 저축은 못했어요. 서울에서 싱글로 살면서 돈 모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부모님이 결혼시켜주신다니 고맙게 생각하고 최소한으로 하려고 했는데….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저도 여자인지라 눈이 높아져서 비싼 거에 손이 가더라고요."

조선일보여성가족부가 올해 5월 30일~6월 1일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신혼부부 300명을 조사해보니, 풍족한 가정의 자녀일수록 "결혼할 때 부모의 지원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캥거루 심보'가 강했다.

양가 자산을 합쳐 6억원 미만인 서민 가정의 경우, 신혼부부 세 명 중 한 명만 "부모에게 지원받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33.9%). 양가 합쳐 6억 이상~15억원 미만인 중산층 가정의 경우, 신혼부부 절반이 "지원받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48.3%). 양가 합쳐 15억원 이상 가진 가정의 경우, 이 비율이 '열 명 중 여섯 명'으로 올라갔다(61.5%).

이처럼 유복한 집안 자녀들일수록 '캥거루 의식'이 만연한 이유가 뭘까?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가족관계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서민 가정 자녀들은 부모가 고생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돈의 중요성과 부모의 고마움을 느끼지만, 유복한 가정 자녀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돈벌이의 어려움이나 부모의 고생을 잘 실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 결혼이 자기 결혼이라고 착각하고,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의 재력이 자기 재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은 "선진국에서는 다 큰 자식이 부모 도움을 받으면 부모도 자식도 수치스럽게 여겨 남들에게 말을 못하는데 한국은 반대"라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취재팀이 만난 김미은(가명·31)씨는 "외국은 외국이고 우리는 우리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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