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감독 빔 벤더스의 1999년 작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한국은 물론 세계 영화팬들이 최고의 음악 다큐멘터리 중 하나로 손꼽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카스트로 독재 체제에 의해 무대와 마이크를 빼앗긴 채 수십년을 살아온 쿠바의 대중음악 '아프로 쿠반 뮤직'의 노(老)대가들을 현지에서 직접 취재, 그들의 신산(辛酸)한 삶을 소개하면서 공연 실황도 전하고 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한국판(版)이 만들어져 곧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TV조선이 다음 달부터 14부작으로 방영하는 음악 다큐 '비 밥 바 룰라(Be-Bop-A-Lula)'(윤두병 이상빈 공동연출)이다. 미국·영국·아일랜드·프랑스·브라질·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일본 등 8개국 14개 도시를 순회하며 샹송 디바 파트리샤 카스, 그룹 시카고, '재즈 천재' 트롬본 쇼티,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 같은 유명 뮤지션들을 만나고 연주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방송사가 이 같은 장기·대형 음악 다큐를 방영하는 건 처음이다. 제작사 '앨리슨'의 대표인 윤두병 PD는 "한국 음악 팬들에게 세계 대중음악의 뿌리와 현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이 음악 대장정을 이끄는 호스트는 '국민 가수' 이문세이다. 이문세는 1980~90년대 작곡가 이영훈과 콤비를 이뤄 1000만장 가까운 음반·CD를 판매한 한국의 대표적 대중음악인. 500회 넘는 콘서트를 통해 8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라이브의 황제'이기도 하다.

이문세의 여정에는 이정(미국), 이영현(남아공), 박지윤(영국·아일랜드), 하동균(아일랜드), 이정·한관희·박상준으로 이뤄진 보컬 그룹 '파이브 어클락(5 o'clock)' 등 실력파 후배 뮤지션들이 동행했다. 이문세는 이들과 함께 각 나라 뮤지션들과 즉석 협연을 하는가 하면 길거리 공연도 펼쳤다. '비 밥 바 룰라'는 이문세 개인의 세계 음악 순례기이자, K팝 열풍을 통해 이제 막 세계 대중음악계의 핵심부에 진입한 한국이 세계의 유·무명 아티스트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辭)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