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도이리 화성종합경기타운 일대는 적막했다. 종합경기타운과 향남1택지지구 사이를 가로지르는 왕복 6차로 82번 지방도로가 경계선인 듯, 도로 이쪽은 대낮인데도 오가는 사람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종합경기타운 주변에는 번듯한 건물도, 음료수 사 마실 가게도 하나 없었다. 2000대 가까이 들어가는 주차장은 직원들 차량만 그늘진 곳에 세워진 채 텅 비었다.

지난해 10월, 건설비 2370억원 전액을 시비(市費)로 들여 28만5000㎡ 대지에 3만5514석 규모 종합 운동장과 5175석 규모 실내 체육관, 보조 경기장, 9만4000㎡ 야외 공원을 갖추고 들어선 화성종합경기타운이 준공 1년도 안 돼 대표적인 애물단지로 변했다.

개장 이후 9개월간 종합 운동장에서 치른 공식 경기는 지난 7일 올림픽 축구 대표팀과 시리아 간의 평가전 단 한 경기뿐이다. 실내 체육관은 IBK 여자 배구단이 연고 협약을 맺고 작년 11월부터 홈그라운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비시즌인 요즘 열린 경기는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 펜싱 경기, 6월 초 태권도대회 등이 전부다.

화성시가 올해 책정한 종합경기타운의 연간 운영비는 23억7900만원이지만 실제론 25억~3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돈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채워넣어야 한다. 운동장 건설 계획을 세운 최영근 전 화성 시장은 당시 "각종 국내외 경기를 유치하고 민간 시설을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지금까지 1층 공간에 입주한 외부 시설은 농협 단 한 곳뿐이다. 6월 20일 현재 올해의 대관 수입은 5300만원에 불과하다.

세련된 외관, 그러나 궨돈 먹는 하마궩 지난해 10월 문을 연 화성종합경기타운은 두 개의 물방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세련된 외관을 갖고있다. 그러나 수용 관중 3만 5514석에 달하는 이 대형 경기장에서 치러진 경기는 지난 7일 올림픽 축구대표팀과 시리아 간의 평가전 단 한 번뿐이다. 화성 시민 사이에선“전형적인 전시행정 탓에‘돈먹는 하마’가 태어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차라리 폭파해 버리면 속이나 시원할 텐데….” 지난 22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만난 한 시 공무원은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화성시는 여자 배구팀 외에 남자 프로배구팀과 프로축구팀 유치를 목표로 세웠지만 현실적인 진척은 없다. 다음 달 수원에서 열리는 피스컵에 출전하는 독일 프로축구팀 함부르크가 이곳을 연습장으로 쓰기로 했을 뿐, 더 이상의 사용 계획도 없다. 1층 공간에 예식장과 컨벤션 시설을 유치하려고 몇 차례 입찰에 부쳤지만 모두 유찰됐다. “접근성도, 교통 체계도 부족하다”는 게 한결같은 평가였다.

인구 55만명 화성시에서도 한적한 곳인 향남읍에 이런 대규모 종합경기타운이 들어선 것부터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많다. 운동장 건설을 계획 중이던 2008년만 해도 글로벌 경제 침체 직전이어서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였다. 당시 관련 법률에 따르면 화성시에 적절한 운동장 규모는 1만5000석이었지만 화성시는 “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2020년이면 인구가 1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액 시 부담으로 대규모 운동장 건설을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50억~60억원 정도의 건설비 지원도 포기했다.

시 관계자는 “고양, 부천 등 인구 60만~70만남짓한 도내 다른 도시들도 모두 3만5000석 규모의 종합 운동장을 갖고있어 우리도 기왕이면 그 규모로 짓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2010년 이후 시 수입이 줄어들어 이 운동장은 ‘화성의 돈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다. 아주대 건축학부 제해성 교수는 “전액 시비로 이뤄지는 공공사업은 시의회가 유일한 감시 수단인데, 의회까지 자치단체장과 같이 움직이면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엄청난 혈세가 들어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행안부나 도 등 상위 기관이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