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9월 14일 오후 7시쯤 '켈로부대'의 최규봉 부대장은 고성능 무전기를 통해 맥아더 사령관의 암호 명령을 받았다. '15일 0시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혀라.' 최 부대장을 포함해 미군 3명과 한국군 3명으로 구성된 6명의 특공대는 적진(敵陣) 한가운데 있었던 인천 팔미도에 잠입했다. 특공대는 적 2개 분대를 섬멸하고 섬을 장악한 뒤, 15일 오전 1시 50분쯤 섬에 있는 등대를 켰다. 6·25전쟁 흐름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빛'이었다. 최씨는 21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많은 작전 중 그날 작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만약 그때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면 오늘 기자와의 통화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 극동군사령부 주한연락처(KLO)'를 뜻하는 켈로부대 전 부대장 최규봉(89·작은 사진)씨가 22일 서울 대방동 해군회관에서 최윤희(59·해사 31기)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충무무공훈장을 받는다. 최씨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62년이 지났는데, 이번에 상을 받는다고 하니 환갑잔치를 다시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최씨는 1946년 5월 미 24군단 방첩대(CIC)에서 정보원으로 일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미군 철수 이후 대북 첩보를 담당하기 위한 켈로부대(KLO)가 창설됐고, 최씨는 이곳에서 활동하게 됐다.

인천상륙작전 직전 팔미도에 침투해 등대의 불을 밝힌 최규봉씨와 켈로부대 대원들이 작전 성공 후 소형 보트를 타고 기함 ‘마운트 매킨리’로 복귀하고 있다. 모자를 쓰고 일어서서 옆을 보고 있는 이가 최씨다.

그는 "6·25전쟁 직전 '북한이 남침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올렸지만 계속 묵살된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켈로부대는 1951년 4월 당시 화천발전소 탈환 작전에서 중공군 화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보고하는 등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2년 들어서는 적 후방에 항공기를 이용해 부대원을 낙하시키는 과감한 작전을 펼쳤고, 중령 계급의 소련 군사고문과 북한군 연대장급 2명을 배로 납치해 오기도 했다. 최씨는 "적지에서 신출귀몰하는 우리 부대원들은 전쟁 기간 중 적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켈로부대는 정전 이후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최씨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내 전우들에게 이 훈장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