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 세상을 단 한 번 산다. 누구도 두 번 세상을 살 순 없다. 한 사람 목숨의 무게를 우주의 무게와 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체―국가건 사회건 회사건―는 자신의 존속을 위해 이 한 번뿐인 일회적(一回的) 목숨을 던진 구성원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품격(品格)이 달라진다.

이런 의미에선 대한민국은 아직도 나라의 품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다. 대한민국이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불법 포격으로 목숨을 잃은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 함장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방식에서 그것이 너무나 뚜렷이 드러난다. 이 전투에서 장병 19명은 부상을 입었다.

그해 7월 1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무총리·국방장관·합참의장도 불참했다. 대통령은 오직 한 번뿐인 목숨을 조국 방어에 내놓은 이 장병들의 최고 통수권자다. 당시 대통령은 일신(一身)의 안위(安危)를 돌보지 않고 자신의 명령에 따라 전진하고 후퇴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 이 장병들의 희생을 어떻게 받아들였던 것일까. 또 당시의 국무총리·국방장관·합참의장은 이 장병들의 죽음을 어떻게 기억했던 것일까. 남의 집 아들의 죽음으로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노선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을 지키다가 그 바다에서 목숨을 내놓았던 주검은 옆으로 비켜놓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참수리호 부상자들도 유공자 심사 과정부터 취업에 이르는 각 단계마다 말 못할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 나라가 온전한 것은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는 그 주검을 딛고 선 존재다. 이런 뜻에서 보면 그때 그 대통령·국무총리·국방장관·합참의장은 나라의 주춧돌을 빼버린 거나 다름이 없다. 이 정부가 들어서서도 '서해교전'이라고 부르던 걸 '제2연평해전'으로 바꾸고 추모식을 국가 행사로 승격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투였다. 지금껏 대통령이 추모 자리에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오는 29일 참수리호 희생 장병 10주기 추모식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참수리호 장병들의 희생이 위치할 마땅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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