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이모(여·35)씨. 그는 스물한 살 때 대학 선후배들과 모인 자리에서 처음 술을 마시게 됐다. "처음에는 맥주 한 모금만 마셔도 썼고, 500㏄ 한 잔도 벅찼는데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잠도 푹 잘 수 있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3~4번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집에서 가족 몰래 마시기도 했다. 주량은 점점 늘어 맥주에서 소주, 양주 등 독한 술로 바뀌었다. 졸업 후 취업을 했지만 술을 끊기 어려웠다. '술 마시는 회식 자리 기다리는 재미'에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업무를 위해 서류를 작성할 때 손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났고, 술 마신 지 6년 만에 잦은 음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이씨는 이후 8년간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술을 끊지 못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이 술을 처음 접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음주량이 늘면서 '예비 키친드링커'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음주시작 연령을 조사해 보니 1998년 24.3세에서 2010년 19.6세로 다섯 살가량 어려졌다. 20대 여성은 12년 새 19.9세에서 18세로 두 살 정도 적어졌다.

강영진 군산알코올상담센터 정신보건간호사는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약물처럼 '내성(耐性)'이 생겨 점점 음주량이 늘고 끊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자주 마시는 '상습 폭음' 여대생도 급격히 늘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전국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2001년과 2009년 음주율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3회 이상 회당 소주 4잔 이상을 마셨다'고 응답한 여학생은 5.8%에서 20.7%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시기 남학생은 23.8%에서 30%로, 7%포인트만 늘었다.

김광기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 주폭 문제를 겪은 나라들은 음주 문제 예방을 위해 '평생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시게 된다면 최대한 늦은 나이에 시작하라'고 한다"며 "음주 사각지대인 키친드렁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일 오전 1시쯤 연신내역 부근에서 한 여성이 술에 취해 길에 앉아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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