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환·홍익대 건축학부 교수

몇 해 전 제자로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단편집을 선물 받았다. 소설은 있을 법한 미래와 과거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의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있을 법한 미래의 단편 중 눈길을 끄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환경위기가 극한 상황까지 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 처절한 미래 세상이 베르베르의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그려진다. 동력으로 가동되는 첨단기기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산화탄소를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모든 행위가 근절된다.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에는 엄청난 벌이 주어진다. 물론 담배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길거리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제가 발효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벌어지고 있다. 십여년 전까지 애연가였던 나도 흡연자의 고통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흡연의 문제가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의 문제이다. 오늘 아침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면서, 밀폐된 공간인 아파트 계단에서 나는 담배연기에 기분이 상한 채 하루를 시작했다.

베르베르의 극단적인 가정은 물론 환경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린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 정말 있을 법한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조만간 모든 음식점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행동은 '같이 사는 사회'에서 타인을 위한 당연한 배려행위이자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국민의 책무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