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에서 의대(醫大)가 없는 대학 중 경쟁력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의대는 학문 특성상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논문 생산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고 교원 수도 많다. 연구력 지표의 비중이 전체의 60%(교원당 논문 수 15%+논문당 인용 수 15%+학계 평가 30%)를 차지하는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는 '의대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아시아 종합 랭킹 상위 20위 중 14곳에 의대가 있다. 따라서 2010년부터는 의대가 없는 대학들을 별도로 분류해 평가해왔다.

올해 평가 대상 461개 대학 중에서 의대가 없는 종합대학은 102곳이었다. 의대를 떼어내고 대학을 들여다보니, 난양공대·카이스트 등 국가별 과학·기술·공업 분야 주력 대학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또 한국의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의 순위 상승도 두드러졌다.

'의대 없는 대규모 대학'(학생 수 1만2000명 이상) 그룹의 순위는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난양공대(싱가포르·1위), 홍콩폴리텍대(홍콩·2위), 중국과학기술대(중국·3위) 등 각국의 대표적인 공업·기술대학이 저력을 발휘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외대가 '의대 없는 대규모 대학' 그룹에서 아시아 지역 6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12위)보다 6계단 껑충 뛰었다. 한국외대는 외국인 교원 비율에서 86.3점을 얻는 등 전체 지표가 골고루 상승했다.

'의대 없는 중소 대학'(학생 수 1만2000명 미만) 그룹에서 한국의 카이스트가 지난해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QS 측은 "카이스트는 졸업생 평판도, 학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같은 그룹 내 평가에서 서울시립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21위에서 올해 15위로 6계단 상승했다. 서울시립대는 '학계 평가' 점수가 지난해 32.1점→올해 51.9점, '교원당 학생 수 비율' 점수가 50.7점→57.2점 등으로 크게 올랐다. 같은 그룹에서 서강대는 작년에 이어 11위, 숙명여대는 24위를 기록했다.

숙명여대는 '논문당 인용 수' 지표에서 지난해 국내 14위(78.7점)에서 올해 10위(85.1점)로 뛰어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지표별 성과가 좋아졌다. 인도공대(IIT) 뭄바이·델리·마드라스·칸푸르 등 4개 캠퍼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그룹에서 아시아 6~9위를 휩쓸었다.

서강대는 올해 아시아대학평가에서‘의대 없는 중소 종합대학’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서강대 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마케팅 수업을 듣고 있다.

소수 학문 분야에 집중하는 대학을 별도로 분류한 '특성화 대학' 그룹에서는 한국의 포스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다. 국립대만과기대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2위로 올라섰고, 도쿄농공대(8위)와 하얼빈공업대(9위)가 1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홍익대(30위)의 성적도 좋았다.

아시아 대학 평가는 아시아 지역 총 461개 대학을 ▲의대를 포함한 종합대학 ▲의대가 없는 학생 수 1만2000명 이상 대규모 종합대학 ▲의대가 없는 학생 수 1만2000명 미만 중소 종합대학 ▲특성화 대학(인문·예술, 공학, 생명과학·의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5개 학문 분야 중 4개 이하 전공을 운영하는 학교) 등 4개 그룹으로 나눠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