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

18대 국회는 폭력이 난무하고 매년 예산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한 불명예를 안고 막을 내렸다. 이제 국회의원이 논리적인 설득가라기보다는 싸움만 하는 투사로 보이는 현실에서 국민은 '과연 19대 국회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하고,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민생 현장을 발바닥이 닳도록 누비고, 심도 있는 입법을 하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는 노력형이기를 원한다.

이런 국회의원들의 업무 수행을 보조하기 위한 공식적 지원 조직이 완비되어 있다.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 밑에 국회의 고유 기능인 법(法) 제·개정 문제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인 법제실이 있다. 또 국회의원들이 배속된 각 상임위원회에는 고위 공무원인 전문위원들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지원 조직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입법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예산정책처에는 각종 정책의 예산 타당성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또한 국회도서관의 모든 직원은 국회의원을 제1의 고객으로 봉사하는 전문가이다.

국회는 그동안 꾸준히 조직과 예산을 늘려왔다. 이제 국회의 정규 공무원만 3957명에 이르고, 의원 1인당 소요 예산이 5억원이나 된다. 2004년부터 2011년 사이 행정부 중앙 부처 공무원 수는 약 4% 증가한 반면 입법부 공무원은 25%가량 증가했다. 국회 직원은 업무량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어서 '신(神)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다. 행정부의 조직 팽창을 견제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자기 살만 찌운 것이다.

국회의원 지원 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원회관에 40평짜리 개인 사무실이 있고, 여기에는 개인 비서와 같은 보좌진이 포진하고 있다. 즉 의원 1인당 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과 운전기사를 포함해 보좌 인력 총 9명을 두고 인턴도 2명 둘 수 있다. 국회의원 1인이 행정부의 1개 과(課) 정도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의원 보좌진의 역할이 도를 지나치기도 한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의 각종 발언이나 예상 질문을 만드는 작업을 이들이 한다. 국정감사 때 감사받는 기관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서류 목록도 산더미 같다. 국회만 열리면 관련 행정부처 공무원들은 대거 국회에서 대기하여 본연의 업무는 마비되다시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국정감사가 가장 악명이 높다. 결과적으로 행정부 관료들은 국회의원 300명보다 3000명 가까운 국회의원 보좌진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 선거 때 게리맨더링으로 국회의원 1명을 증원한 것에도 국민은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 국회의원 지원 조직이 팽창해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국회는 이처럼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저효율, 고비용'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19대 국회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면 조직 군살 빼기부터 해야 한다. 의원들이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국회 개혁은 공염불(空念佛)이다. 우선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국회도서관 등 3중의 국회의원 지원 조직을 통폐합해야 한다. 또 4급 보좌관을 1명씩 줄인다면 국민은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국회가 공룡같이 커진 조직을 줄이고 스스로 공부하는 국회의원이 될 때 국민의 신뢰감이 생길 것이다. 19대 국회에는 선거운동 때 허리 굽히던 초심(初心)으로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국회가 거듭나기를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