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당원들의 의장석 진입으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자 유시민 공동대표 등 대표단이 퇴장하고 있다.

12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비당권파인 유시민, 조준호, 심상정 공동대표가 당권파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 떠밀리고 멱살을 잡히는 등의 집단 폭행을 당하는 최악의 사태로 끝이 났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경선 부정 대책으로 혁신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과 비례대표 일괄 사태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중앙위 회의 전부터 비당권파 대표들 비난 플래카드로 도배
이날 아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전 9시 30분쯤 회의장인 경기 일산 킨텍스 건물 내·외부는 당권파가 붙인 플래카드 50여개로 도배됐다. '당원 가슴에 대못질한 진상조사 보고서를 폐기하라', '당원들의 진정한 대표, 이정희 대표님 힘내세요', '노동자 망신 조준호 대표 당기위 제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비당권파측 플래카드는 오후 1시 이후에야 3~4개가 걸렸다.
 
당권파 당원들은 회의장 입구에 뻥튀기 좌판을 펼쳐놓고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 겸 공동대표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진상조사 뻥튀기 팝니다, 뻥뻥뻥"이라고 외치며 조 대표가 주장하는 경선 부정 의혹이 '뻥(거짓말)'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조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회의장에 들어서다 이 장면을 보고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앙위원회는 예상보다 조금 늦은 오후 2시 15시쯤 시작됐다. 이들은 국민의례 대신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국진보연대 전 대표 정광훈 의장의 추모 동영상을 상영했다.
 
◆당권파, 중앙위 '성원(成員)' 자체를 계속 시비
회의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회의 참석 인원(성원)을 확정하고, 안건 처리 순서를 정하는 데에만 2시간이 걸렸다.
 
당권파의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당원 명부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어떻게 이 명부를 토대로 한 중앙위원 명단을 확신하느냐", "가짜 중앙위원이 있다"면서 회의 진행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언을 신청해 "옛 국민참여당 몫 중앙위원 중에 갑자기 사람이 바뀌거나 추가된 경우가 있다", "현장에서 중앙위원들의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등의 주장을 반복했다.
 
발언권을 얻지 못하자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는 구호를 1시간 20여분 넘게 참관인석에서 외쳐대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심상정 공동대표의 목소리가 연호에 파묻혔다. 심 대표는 오후 3시 40분쯤 정회를 선언했다.
 
속개된 회의는 당권파의 난동으로 6시에 또 한 차례 중단됐다. 의장인 심 대표는 "과연 우리당이 이렇게 하고도 민주주의를 얘기할 자격이 있습니까"라며 수차례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참관 당원들이 '불법중앙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오후 6시 50분쯤 회의가 속개되자 당권파는 본격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했다. 수십명의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회의장 앞으로 몰려나가 단상 앞을 점거했다. 심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려 하자 한 당권파 당원은 “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느냐. 이게 국회에서 보던 날치기”라고 외쳤다.

오후 9시 40여분쯤에는 집단 난투극이 일어났다. 의장을 맡은 심 대표가 “수차례 중앙위원의 자격 시비에 대해 답변을 했다”며 당권파 측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첫 번째 안건인 ‘강령 개정안 심의·의결의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당권파의 고함 속에 심 대표가 “이 건에 대한 이의가 없으면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하자마자 당권파가 단상에 올라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회의장은 곧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준호는 머리 붙잡히고 얼굴 맞아유시민은 수차례 발길길 당해
조 대표는 당권파들에게 머리채를 붙잡히고 얼굴을 가격당하는 등 폭행을 당해 상의가 찢어지고 탈진에 이르렀다. 유시민 공동대표도 안경이 날아가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손찌검과 발길질에 수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직접 구타를 당하지 않았으나 당권파 지지자들에게 이리 저리 떠밀리고 짓밟혔다.

당원들이 공동대표들을 집단 폭행하는 사태는 5분여간 지속됐다. 결국 세 공동대표는 당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단상 측 비상구로 간신히 빠져나가 대기실로 대피했다.

당권파는 세 공동대표가 긴급 대피한 뒤 의장석을 점거하고 시위를 계속했다. 당권파 당원들은 “불법 중앙위, 해산하라”고 외치며 의장석을 점거했고, 단상에 뛰어든 당원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진행위원들 사이에 주먹과 욕설이 오갔다. 회의장 곳곳에서 입장이 다른 중앙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은 카메라 수십대에 포착됐고, 인터넷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날 폭력사태로 부상자가 속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