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 팀장

대부분의 수험생은 '수시=내신(또는 대학별 고사), 정시=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수능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일수록 수시모집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간혹 수능 점수가 좋지 않아 목표 대학의 정시모집에 응시했다면 십중팔구 불합격했을 학생이 수시에선 합격증을 거머쥔다. 수험생 입장에선 당연히 '나도 운이 따른다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수시모집 합격자의 수능 성적은 같은 대학 정시모집 합격자 성적보다 매번 낮을까? 메가스터디는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연세·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 수시모집 합격자(이하 '메가스터디 회원')의 수능 성적을 분석했다.

수시 합격자 80%. 정시모집 도전 가능

[표1]은 서울 주요 대학의 계열별 지원 가능 성적(정시모집, 이하 2012학년도 기준)을 추정한 것이다. [표1]의 점수와 서울·연세·고려대 수시 전형 합격생의 수능 성적을 대조해본 결과, 대부분의 합격생이 서울 상위권 대학 정시모집 지원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DB

서울대 수시모집 인문계열 합격자를 100명으로 가정했을 때, 상위 46등이 동(同) 대학 정시모집에 지원 가능했다. 47등부터 74등까진 연세·고려대, 95등까진 서강·성균관·한양·이화여대 정시모집에 원서를 내볼 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합격자 100명 중 상위 36등까진 서울대, 71등까진 연세·고려대, 92등까진 서강·성균관·한양·이화여대 정시모집에 각각 지원할 수 있었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의 90% 이상은 정시모집에서도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수준이란 얘기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수시 합격자도 대학별 지원 가능 대학의 비율이 다를 뿐, 전체 합격생의 80%가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의 정시모집을 노려볼 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이한 건 연세대 수시 합격생이 고려대 수시 합격생보다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연세대 수시모집 합격생의 수능 성적이 고려대 수시모집 합격생 점수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밀은 논술고사 시행 시기에 있다. 연세대는 수능 이전, 고려대는 수능 이후 각각 논술시험을 치른다. 수능에서 고득점 획득이 기대되는 학생은 정시모집에서 서울대를 노리므로 고려대 논술고사에 무리하게 도전하지 않는다. 고려대 합격생의 수능 성적이 낮아진 건 그 때문이다.

결론1 수시 합격자 대부분은 수능 고득점자

수시 합격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하면 되므로 수능 전 영역 고득점자보다 일부 과목 성적 우수자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 수시 전형 합격자에게 이 같은 편견은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의 수시 합격자 중 수능 고득점자가 많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수시 전형 합격률이 높다는 건 곧 정시에서 경쟁할 우수 학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수시 전형 합격으로 이탈하는 인원은 어느 정도나 될까? 메가스터디가 대학별 합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시 합격자 중 정시에서 서울·연세·고려대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은 인문계 1740명, 자연계 1713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인원은 2012학년도 서울·연세·고려대 수시 선발 인원의 합계인 3459명(인문계)과 3603명(자연계)의 각 절반 수준이다.

2012학년도 수능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에서 서울·연세·고려대에 지원 가능한 점수(530점, 표준점수 기준) 이상을 받은 학생은 3966명이었다. 이 중 43.9%인 1740명이 수시 합격으로 이탈한다. 이 비율은 어디까지나 3개 대학 수시 합격자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며,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으로까지 그 대상을 확장할 경우 수시 이탈 규모는 더욱 커진다.

결론2 수능 성적 좋으면 수시 성공률도 높아

대개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일부 과목만 최저학력기준에 맞춘 후 수시에 모든 걸 건다. 이는 일부 학생에게만 유리한 전략이다. 몇몇 과목에서 특별히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면 수능 성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몇몇 과목만 준비한 채 무턱대고 수시만 바라보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이런 전략을 세우는 학생은 대부분 학습 자세에도 문제가 있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입시란 본질적으로 대학 측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 선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원하는 우수 학생은 어떤 학생일까? 뭐니 뭐니 해도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수시 합격자의 수능 성적을 조사한 결과가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왜 대다수 수시 합격자의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높은 걸까? 상위권 대학 수시모집 합격생은 수시에 지원하더라도 대부분 정시를 동시에 노린다. 또한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 일반·논술 전형의 수능 우선선발 최저학력기준은 그렇게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은 결코 수능을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중·상위권 학생은 눈앞에 보이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만을 목표로 잘못된 공략을 세우곤 한다. 수능 실력은 수시·정시 경쟁력을 동시에 키우는 과정이란 사실을 이해해야 2013학년도 대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