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등 정치 팟캐스트에 대해 지금처럼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그들만의 리그'로는 자연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안 언론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본지는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 등에게 팟캐스트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의견을 들었다.

'닥치고 화법'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

마 교수는 "정치 팟캐스트들은 내 말이 맞으니 그냥 믿으면 된다는 식의 '닥치고 화법'이 문제"라며 "합리적 논리와 근거가 없이, 때로는 스스로의 논리를 바꿔가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운다"고 말했다.

좌파 성향의 '나는 친박이다' 5회에서 진행자는 "김지태씨의 경우 사업가인데, 그 시대(일제시대)에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라는 연줄, 사회적 분위기를 끼지 않고는 사업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지태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빼앗았다고 주장하는 부일장학회의 설립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친일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김씨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잣대를 바꿔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다.

(왼쪽부터) 마동훈 교수, 이준환 교수, 강원택 교수, 이택광 교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처럼 말할 때는 "~나?"와 같은 의문형을 취하기도 한다. 같은 회 "정수장학금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청오회 활동을 해야 하고, 두 번 이상 활동에 참가하지 않을 시 장학금을 박탈당한다"며 "삼성장학회에도 그런 게 있지 않나?"고 덧붙인다. 그러나 삼성장학회에는 의무 활동이 전혀 없다. 마치 있지도 않은 사실을 의문의 형식을 사용해 진짜인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다.

마 교수는 "팟캐스트가 대안언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실 검증과 더불어 보다 더 정교한 논리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이는 지극히 사적인 생각과 주장들이 공공으로 퍼져 나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했다.

이준환 교수는 "팟캐스트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이끌어내는 힘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정 정치적 성향 사람들이 같은 성향의 팟캐스트를 선택해 듣기 쉽다"며 "결국 만드는 이들도 '듣고 싶은 사람만 들어라'는 식이 되기 쉽다"라고 말했다.

"기존 언론이 원인 제공했다"… 대안언론 가능성

강원택 교수는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 팟캐스트는 대안 언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언론들이 현 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지 않아 정치 팟캐스트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나꼼수의 경우처럼 수백만이 넘는 많은 사람이 청취하고 있어 기존 언론을 능가하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정치 팟캐스트의 편향적 주장과 사실 왜곡 문제에 대해선 공감했다. 그러나 규제에 대해선 반대했다. 그는 "(정부 규제 대신) 언론 간의 경쟁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며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한 단기적인 혼란은 민주주의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기술의 발달로 이미 신문사나 방송사가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가 지났다"며 "팟캐스트는 누구나 쉽게 만들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앞으로 팟캐스트가 주류 언론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