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범벅 ‘인육캡슐’의 국내 밀반입이 늘자 정부 당국이 통관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은 인육캡슐이 든 국제 택배상자.

전문가들은 인육캡슐은 절대다수가 중국에서 생산·소비되며 일부가 국내로 불법 반입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 이외 다른 나라에서의 인육캡슐 소비 여부는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관세청이 지난해 8월 이후 국내에 반입하다 적발된 인육캡슐이 총 1만7000여정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인육캡슐의 국내 유통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국내에서 주문을 하면 중국 동북부 지방 등에서 인육캡슐을 제조해 배송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서울의 약재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장이 포착되기도 했다.

관세청은 뒤늦게 여행자 휴대품과 국제 우편물에 대한 수입 통관관리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재상들은 "관세청의 단속 방침이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8월 유통실태가 확인된 인육캡슐은 일반 투명비닐에 포장되거나 둥근 병에 담긴 형태였다. 캡슐 안에 든 가루는 고르지 않은 황갈색 입자였고, 콜레스테롤을 함유한 동물성 냄새로 비린 악취를 풍겼다. 그러나 인육캡슐이 자주 포착되자, 인육캡슐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색상과 냄새로 인육캡슐을 식별할 수 없도록 생약성분 등 식물성 물질을 혼합해 반입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육안으로 봐서 의심이 가지 않도록 이른바 '통갈이' 수법도 이용되고 있다. 정상적인 의약품 포장 속의 내용물과 인육캡슐의 내용물을 통째로 바꿔 마치 정상적인 의약품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관세청에서는 중국에서 들어온 여행자의 휴대품이나 우편물 중 성분 미상의 캡슐과 분말은 모두 뜯어 확인하겠다고 했으나 정상적인 의약품 전부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관세청에서 인육캡슐의 유통을 확인하고 적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그 이후 적발된 인육캡슐만 1만7000여정에 달한다. 관세청의 단속 전후에 여행자의 휴대품과 우편물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인육캡슐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거래된 양과 실제 팔리지 않은 채 국내에 남아 있는 인육캡슐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한의사 A씨는 "상식적으로 볼 때 적발된 양보다 약재시장 등지에 유통된 양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육캡슐에 대한 수요다.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더라도 꾸준한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육캡슐이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이유도 인육캡슐이 '자양강장제' '만병통치약' 등으로 통하면서 말기암 환자 등의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약재상 B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환자들은 인육캡슐이 각종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육캡슐을 찾을 것"이라며 "단속을 강화하면 인육캡슐의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알에 8000원 정도에 거래됐던 인육캡슐의 가격은 최근 1알당 4만~5만원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