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

회삿돈 200억원을 빼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30여년 전 가짜 서울대 법대생으로 활동해 심지어 서울대 법대 교수를 주례로 모시고 결혼식까지 한 사기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김찬경 회장의 미래저축은행을 부실 경영 등을 이유로 6일 영업정지했다.

◆가짜 서울대생으로 법대 학장까지 모시고 결혼식도 올려

김 회장은 1982년 가짜 서울대 법대생으로 행세하면서 결혼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섰고, 법대생 상당수가 하객으로 참석했다. 당시 김 회장은 미팅, 학회 활동 등 각종 학내 행사에 얼굴을 내밀면서 과대표까지 지냈다. 아무도 김 회장이 가짜 서울대생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앨범에 쓰일 사진까지 제출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조금만 발각이 늦었다면 서울대 법대 졸업 앨범에도 김 회장이 등장할 뻔했던 것이다.

김 회장의 사기 행각은 1983년 졸업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각됐다. 그해 처음으로 졸업앨범에 본적과 출신 고교 등을 기재하는 제도가 생겼고, 그의 본적 등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가짜 서울대생이라는 사실이 파악됐다.

일부 법대생들은 극성을 피워 당시 김찬경 씨의 사법고시 1차 평균 성적이 26점이었던 것을 알아낸 뒤 ‘추악한 결혼이었다’며 김씨 집으로 찾아갔지만, 이미 아들을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김씨의 아내를 보고는 그냥 뒤돌아 섰다는 일화도 있다.

김 회장의 이러한 30년 전 사기 행각은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찬경 회장, 가짜 서울대생 들통났는데도 사기 행각 멈추지 않아

중졸 출신(나중에 검정고시 거쳐 전문대 졸)인 그가 어떻게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했을까. 그는 지난 1978년 군 복무 중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나도 검정고시로 서울법대에 합격한 뒤 곧바로 입대했다"고 속이면서 그의 '가짜 인생' 막을 열었다. 제대 직후인 1980년부터 복학생인 양 학교에 다녔다.

김 회장은 가짜 서울대생 외에도 다양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김 회장은 가정교사 했던 집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받기도 했다. 가짜 서울대생이라는 신분이 들통난 1984년에도 김 회장은 서울대 법대에 다니는 것으로 속이고 가정교사를 했다.

그는 당시 학부모에게 '서울대 법대생이며 사시 1차에 합격했다'고 말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는 과외비는 물론 대학입학시험 '학과 눈치 경비'를 40만원 씩 따로 받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은 과외비용과 대학 입시 지도 등을 명목으로 총 16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김 회장은 가짜 서울대 법대생으로 발각된 이후에도, 여전히 서울대 법대 동문들에게 연락을 끊지 않았다.

1983년 2월 17일자 조선일보.

◆영업정지 직전, 회삿돈 200억 챙겨 밀항 시도하다 적발

사업을 하던 김 회장은 서울 강남에 빌딩을 사기도 했다. 1990년대 말 김 회장은 금융업으로 사업을 틀었다. 1999년 김 회장은 지금 미래저축은행의 전신(前身)인 상호신용금고를 인수했다. 이후 김 회장은 미래저축은행은 13년 만에 자산 2조원 업계 10위 규모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키웠다.

김 회장의 부실 경영으로 영업정지 된 미래저축은행의 예금자는 8만8000명이나 되며 원리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예금자도 2000명 가까이 된다.

그는 3일 밀항하려다가 해경에게 붙잡혔을 당시, 김 회장은 밀항 알선책 오모씨(49)와 함께 어선 선실에 숨어 있었다. 현금 1200만원(5만권)과 여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도 "밀항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그냥 배에 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그는 130억원의 현금과 70억원의 수표를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