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두원 기자] 지난 4월 29일 K리그 경남 FC전에서 상대의 깊은 태클에 쓰러진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홍정호(23)가 안타깝게도 8주 진단을 받았다. 오는 7월 런던올림픽 출전이 유력시 된 홍명보호의 핵심 멤버라는 점에서 홍정호의 갑작스런 부상 소식은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다 보니 그의 부상 장면을 놓고 일부에선 ‘살인태클’이라는 자극적인 말과 함께 도가 지나친 반칙이라는 비판이 크게 일었던 게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장차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망가뜨렸다는 점에서 과격한 반칙을 저지른 경남FC의 윤신영에게 원색적인 비난도 터져 나왔다.

물론 축구라는 업에 종사하는 프로선수끼리 동업자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과연 반칙을 범한 선수가 일부러 상대의 발목이나 정강이를 노리고 태클을 했을까라는 점을 생각하면 윤신영을 향한 ‘살인태클’이라는 말은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는 의도와는 다르게 반칙을 범한 당사자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프로선수에게 부상은 언제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반대로 90분 동안 공격수는 상대 수비를 뚫어야 하고, 수비수는 또 이를 막아야 하는 축구 경기에서 크고 작은 부상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고의성을 띠거나 보복성의 반칙까지 용납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막아야 될 상황에서 정확한 태클로 저지해야겠다 마음을 먹어도 사람이기에 순간적인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게 스포츠다. 더욱이 윤신영을 위한 변명을 좀 더 덧붙이자면, 그 역시 경험이 부족한 25살의 어린 선수에 불과하고 당시 경기엔 비까지 내리면서 움직임에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마치 윤신영의 플레이에 고의성을 100% 확신하듯 ‘살인태클’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나 ‘아니 어떻게 올림픽에 나갈 선수를...’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비난들은 상당히 불편하다.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홍정호는 골을 위해 공격에 가담했고 윤신영은 이를 막는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 본의 아니게 과한 태클이 들어갔을 뿐이다. 부상을 당한 홍정호의 입장에선 올림픽을 앞두고 당한 부상이 안타깝고 그를 아끼는 팬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지만 이번 일은 반칙을 당한 홍정호나 반칙을 범한 윤신영 모두 운이 나빴을 뿐 어느 누구를 비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윤신영은 홍정호의 ‘8주 결장’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사과를 전했다.

굳이 이날 사건의 비판을 받아야 할 당사자를 꼽는다면 이는 홍정호도, 윤신영도 아닌 경기를 주관한 심판이다. 어찌 됐건 윤신영의 과격한 반칙은 퇴장 사유로 충분했다. 따라서 그것이 실수이든 고의든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칙을 적절한 벌로 다스려야 하는 심판이 이를 경고로 마무리했다는 점은 분명 판단 착오였다.

고의가 아닌 이상, 승리를 위해 11대11로 90분간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는 그라운드에서 반칙과 그로 인한 불의의 부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홍정호와 윤신영, 그들은 승리를 위해 서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 했다.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이라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 이는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살인태클’과 자극적인 말이나 ‘감히 올림픽에 나갈 선수를...’과 같은 말은 불편함만을 자아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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