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1학년생이 가장 많이 읽은 동화책은 '해리포터'도, '백설공주'도 아니다. 2008년 5월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1960년에 출간된 닥터 수스(본명 테어도어 수스 가이젤·1904~1991)의 '초록 달걀과 햄'이 압도적 지지를 얻어 1위였다. 닥터 수스가 쓰고 그린 동화책 44권은 모두 베스트셀러고, 1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2억권 이상이 팔렸다. 닥터 수스가 쓰고 그린 '로렉스'(1971)의 동명(同名) 3D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덕을 많이 봤다.

크리스 리노드와 카일 빌다가 공동감독한 애니메이션 '로렉스'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생태주의를 다루고 있다. 공기와 풀, 바람 등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최첨단 도시 스니드빌에 살고 있는 테드는 옆집에 사는 소녀 오드리를 좋아한다. 테드는 오드리가 간절히 원하는 '살아있는 나무'를 찾기 위해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스니드빌 바깥세상으로 나가 스니드빌을 세운 원슬러와 나무 요정 로렉스에 얽힌 비밀을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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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나무 요정 로렉스나 선악이 모호한 원슬러, 표정이 풍부한 숲 속 동물 캐릭터들은 성인 관객들도 충분히 영화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든다. 게다가 원작의 간결한 그림체에 화려한 색채와 3D효과를 입힌 화면은, 한 폭의 그림으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영화가 원작의 덕을 본 것은 여기까지다. 후반부에 접어들면 원작과 비교해봤을 때 미흡한 점들이 눈에 띈다. 닥터 수스의 모든 책이 그렇듯 '로렉스' 원작은 운율과 리듬감이 살아 있는 문장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영화는 '나무는 광합성을 합니다' '나무를 심읍시다'와 같은 멋없는 대사로 실망감을 준다. '로렉스'가 진정 필요했던 건 3D기술이 아니라 생태주의('로렉스'), 핵전쟁('버터 전쟁 책'), 파시즘('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 등의 묵직한 주제를 물이 흙에 스며들 듯 어린이책에 자연스레 녹인 닥터 수스의 재능일지도 모른다. 5월 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원슬러가 신비한 숲 트러풀라를 처음 발견하는 장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나무와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은 화면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들게 한다.

#대사 "나무의 잎은 실크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나무의 냄새는 나비 우유처럼 달콤하대."(실제 나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오드리가 테드에게 나무를 묘사하면서)

#이런 분 보세요 어린이날 어른과 어린이 모두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