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이나 출루했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를 3개 쳤고, 심지어 도루도 하나 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홈을 밟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4번타자' 한화 김태균(30)과 한화가 처한 상황이다.

김태균은 홈런만 터지지 않았을 뿐 나머지 부문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9경기에서 34타수 17안타로 타율이 정확히 5할이다. 타율과 최다안타 전체 1위. 볼넷도 2개를 얻어 19번 출루했다. 출루 뿐만 아니라 타점도 8점으로 공동 4위에 오르며 주자도 잘 불러들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홈을 밟은 득점이 하나도 없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5명 중 득점이 없는 선수는 김태균과 나지완(KIA) 뿐. 나지완의 타율(0.278)과 비교하면 김태균의 무득점은 확실히 눈에 띄는 특이 기록이다.

결국 김태균 다음에 나오는 타자들이 좀처럼 그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화는 시즌 개막 후 5번 타순이 가장 큰 구멍이 되어버렸다. 5번 타순에서 33타수 5안타로 타율 1할5푼2리에 삼진 10개와 병살 3개로 흐름을 끊어먹었다. 김태균이 루상에서 잔루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선 연결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5번 타순에는 최진행이 가장 많이 기용됐다. 그러나 최진행은 5번 타순에서 22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6리에 삼진 7개와 병살 3개로 흐름을 끊었다. 고동진이 8타수 2안타를 기록했을 뿐 이양기도 3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를 당했다. 3번 장성호와 4번 김태균이 좋은 타격감으로 찬스를 만들고 있지만, 5번 타순에서 흐름이 끊기며 득점 기회가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해결 답안은 결국 최진행이다. 한대화 감독은 "최진행이 애리조나 캠프 때만 해도 참 좋았다. 그런데 허리 통증으로 캠프 막판 귀국한 뒤 안 좋아졌다"며 아쉬워했다. 김태균은 "진행이가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장성호도 "그래도 2년간 해온 실력이 있는 선수다.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라는 말로 최진행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그만큼 최진행의 해야 할 역할이 크다.

강석천 타격코치는 최진행에 대해 "오른 다리 무릎이 무너지며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고 있다. 중심 이동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기술도 기술이지만 결국 심리적인 문제다. 너무 맞지 않다 보니 나쁜 볼에 방망이가 쉽게 나간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행히 지난 18일 청주 LG전에서 최진행은 1회 2사 만루에서 볼넷 골라내며 밀어내기로 시즌 첫 타점을 올렸다. 배트가 유인구를 참아낸 게 의미있다.

한대화 감독은 "태균이는 어떤 일 있어도 자기 몫을 할 선수"라며 믿음을 보인 뒤 "문제는 태균이가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이다. 기존 선수들의 에버리지가 올라야 팀이 강해진다"고 역설했다. 김태균 혼자 북치고 장구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선은 연결과 흐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핵심 타순이 뒷받침돼야 한다. '5할 리딩히터' 김태균의 무득점은 시즌 초 난관에 봉착해 있는 한화 타선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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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