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추진 중인 국회법 개정안(일명 몸싸움방지법)에 따르면, 일반 법안은 의원 60%의 동의가 없으면 본회의 상정 자체가 불가능해 한 건도 통과시킬 수가 없게 된다. 19대 국회로 치자면 180명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 단독으로는 어떤 법도 통과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정안은 여당의 독주를 막는다는 의미는 있지만, 반면 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을 경우에 이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과거 국회에선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란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직권상정으로 처리가 이뤄졌던 지난 2010년 12월 국회의 경우, 서울대법인화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 등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야당은 예산안 처리를 막기 위해 관련된 법안의 통과를 지연시킨 면이 컸지만 그 외에도 다른 정파적 이해관계가 작용했다. 서울대법인화법은 서울대를 국립대에서 법인으로 바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게 해 기금·자산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기초 학문을 고사시키고 대학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명분으로 반대했다. 전교조나 좌파 성향 교수단체를 의식한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당 대표가 공천권으로 의원들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문화나, 당론에 따라 표결을 강제하는 분위기 등의 개선이 없으면 정착되기 힘든 제도"라는 견해가 많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바뀐 제도가 제대로 되려면 상임위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표결이 가능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렇게 바꾼다고 (회의장 점거 등) 폭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당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우리 정당의 문화상 의원들의 자율 토론과 표결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우리 정치 현실은 정당 간에 과도한 대립이 있고, 정당 내부에서는 당론에 묶일 수밖에 없게 돼 있다"며 "이런 정치 문화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지금 논의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