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만 입혀놓으면 영락없는 사람이다. 살아 숨쉬는 인간이 아닌데도 두 발로 균형잡고, 자유롭게 걷고, 계단도 오르내리고, 심지어 팔굽혀펴기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빨리 뛰면서 얼굴에 피곤한 기색도 없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비현실적인 피조물이 실제 존재할 수 있을까? 정답은 ‘예스(yes)’다.

가장 진화된 인간형 로봇 ‘펫맨(PETMAN)’의 최신 모습이 공개됐다. 로봇 전문 개발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16일 외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인 펫맨은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도 있고, 걷고, 기어가는 등의 다양한 동작을 거의 사람처럼 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학전(戰)에 대비해 몸을 최대한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화학전’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이 로봇은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미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고 있는 이 로봇은 화학전 관련 장비들의 안정성 테스트에 사용하기 위해서 개발됐다. 최근에는 거의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관절의 유연성이나 균형성을 과시하고 있다.

푸쉬업 하는 펫맨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펫맨은 이제 평균 남성과 똑같은 신체 모습과 사이즈로 제작될 것”이라며 “정말 실제 남성같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첫번째 인간형(anthropomorphic) 로봇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로봇의 등장이 놀라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생리 작용까지도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체 온도·습도 조절 장치를 이용해 사람이 땀 흘리는 모습을 거의 흡사하게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화학전에 대비한 장비들을 장착한 뒤 현실과 가장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땀, 습기 등을 통제해 인간의 생리학에 맞게 인체를 최적화 하는 실험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