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초등학교 전교조 교사가 '김정일 어록'을 급훈으로 걸었다는 사실을 취재한 건 13일 오전이었다. 올해를 강성대국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북한 정권이 주민 수백만명의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돈으로 만든 로켓이 공중분해된 날이었다.

저녁쯤 문제의 최모 교사와 전화가 연결됐다. 최 교사는 기자가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는 김정일의 말을 급훈으로 건 적이 있느냐"고 묻자 "김정일 말인 건 몰랐고, 전교조에서 추천한 좋은 말과 표어에 나온 문구였다"고 했다. 그는 "옛날처럼 (급훈을) 태극기 옆에 걸어 놓고 그런 건 아닌데 교실에 들어가는 입구 옆에 걸려 있죠. 학급 안내판이니까"라고도 했다.

첫 통화 40분쯤 뒤 최 교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급훈을 정하긴 했지만, 전교조 간부님들께 여쭤보니 전교조의 공식 입장이 아니면 기사화해선 안 된다고 한다. 기사가 나가면 책임을 묻겠다."

그때는 몰랐는데, 14일 본지 기사가 나간뒤 "전교조 소속"이라는 어떤 사람의 전화를 받고 나서 전교조가 묻겠다던 '책임'이 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그 학교엔 급훈이 없고, 최 교사에게 물으니 문구도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뿐이었다는데, 급훈을 당신이 직접 봤느냐"고 따졌다. 그 사람이 기자에게 따진 내용이 이날 저녁 8시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도 기사화됐다. 오마이뉴스는 '학교엔 급훈 자체가 없고 학급 안내판이다. 교실이 아니라 복도에 걸었고, 문구도 틀렸다'며 조선일보가 오보(誤報)를 했다고 썼다.

하지만 이날 자정이 지나서 기사는 슬그머니 수정됐다. 문구는 조선일보 보도대로 '오늘을…'로 시작하는 게 맞는다는 거였다. 이 기사는 전교조 홈페이지에도 그대로 옮겨졌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전교조 일부 교사의 '친북(親北) 교육'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전교조 교사가 '30문 30답'이라는 친북 의식화 자료를 갖고 있다가 적발됐고, 2008년엔 전교조 교사가 중학생 제자들을 빨치산 추모제에 데려간 일이 공개됐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기자는 전교조 교사가 왜 이런 일에 자꾸 연루되는지를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