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한국인 영어교육 전문가를 양성, 비정상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원어민 교사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박남식(72)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www.igse.ac.kr) 총장의 포부는 당찼다. 올해로 개교 10주년이 되는 이 대학을 7년째 이끌고 있는 그를 지난 9일 서울 캠퍼스(강동구 성내동)에서 만났다.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전교생의 30%, 연간 발표 논문 20여건

한국영어교육학회 회장과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박 총장은 지난 2006년 제2대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원어민보다 더 영어 잘하는 영어교육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개교 이념에 끌려 총장직을 수락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는 윤균(68) 윤선생영어교실 이사장이 기업 운영으로 얻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설립한 석사과정 중심 대학이다. 현재 영어지도학과와 영어교재개발학과 등 2개 석사과정(63학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화·작문 등 '기능' 관련 수업은 외국인 교수가, 교육이론·방법 등 '내용' 관련 수업은 한국인 교수가 각각 맡는다.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되며 과제도 영어로만 제출하게 돼 있다. 연간 모집 정원은 50명. 모든 신입생에겐 전액 장학금이 지급된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학생들은 석사과정으로선 드물게 국내외 학술대회나 학회에 논문을 활발하게 기고한다. 영어교육학계에서 석사과정의 논문 발표는 관례상 금기시된다. 박사 학위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 결과를 섣불리 내놓는 풍토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 하지만 박 총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학생에게 논문 발표를 권장한다. '공부한 내용을 논문으로 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실제로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재학생의 30% 이상이 연간 20여건의 논문을 발표한다.

◇'국내 최고' 넘어 '세계 최고' 노린다

그는 "역량 있는 한국인 영어교육 전문가가 좀 더 많이 배출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통한 실력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최근 국내 영어교육 시장은 '학습자 수 감소'와 '학습자 개개인의 수준 격상'이 맞물리며 우수 영어 강사진의 수요가 날로 느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는 조만간 일명 '삼진아웃제'를 도입,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교생의 영어 실력을 주기적으로 검증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 학생을 중도 탈락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교 10주년을 맞는 박 총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지난 10년은 영어교육 전문가 양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시간이었다"며 "향후 10년은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침도 하나 둘 실행되고 있다. 우선 양분화돼 있던 기존 석사과정이 일원화돼 통합 학습 체계가 구축된다. 강의실에서만 적용되던 '영어 전용 환경'은 캠퍼스 전체로 확대된다. 1인당 의무 발표 논문 건수가 연 40회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졸업 요건도 엄격해진다. 이와 별도로 학교 측은 전교생에게 여름·겨울방학 영어교육 봉사활동(4주 과정)을 권장하는 한편, 학교·지방자치단체·복지관 등에서 활약할 수 있는 봉사단원도 선발하기로 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통해 교육적 역량을 키우려는 의도다.

박 총장은 "앞으로도 최신 환경에 맞는 교재 선택·활용법과 학부모 상담 기법 등 실용적 커리큘럼 운영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