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

이 말은 김정일이 1996년 1월 1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에게 한 말로, 지금도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 걸려 있는 문구다. 김정일은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굶주림으로 떼죽음을 당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이 말을 했다. 탈북자들이나 북한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위기에 봉착한 김정일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한 선전 책략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조차 비웃는 김정일의 이 말이 올해 초까지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 급훈으로 걸려 있었던 것으로 공안당국의 수사에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경찰청 보안국은 지난 1월 중순 전교조 소속 최모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인천 동구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이 문구로 된 급훈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에 따르면 전교조 인천지부 소속인 최 교사는 박미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과 김명숙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 등 다른 전교조 교사 3명과 전교조 통일위원회 및 전교조 내 별도 조직의 교육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을 찬양하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안당국은 최 교사 외에 박 수석부위원장 등 3명의 사무실과 집도 지난 1월 압수수색했다.

공안당국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이메일과 문건 등에 따르면 이들이 만든 조직의 강령은 '자주민주 통일을 위해 전교조를 남한 내 변혁 조직으로 변화시킨다'고 돼 있으며 ▲2004 ~2006년 전교조 통일위원회를 장악하고 ▲2008년 전교조 본부를 장악한다는 계획들도 문건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갖고 있던 문건들 가운데는 좌파 단체인 전국연합이 2001년 9월 충북의 한 수련원에서 가진 '민족민주전선 일꾼 전진대회'에서 채택한 이른바 9월 테제(일명 군자산의 약속)와 관련한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9월 테제는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 광범위한 민족민주전선 정당건설로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하여 연방통일조국 건설하자"는 내용으로,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활동한 전교조 내 별도 조직이 '경기동부연합' 등과 함께 전국연합의 주축을 이룬 단체였던 '인천연합'과 연관 있는지도 수사 중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전교조에 일종의 '지하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북한과 어떤 연계를 맺고 있던 것은 아닌지를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사는 "그 문구가 김정일이 한 말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고, 전교조에서 발간하는 '교단 일기'나 '교단 표어'라는 책자에서 보고 마음에 들어서 급훈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