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인 151석을 넘나들며 원내 1당 자리를 지켰다. 국회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를 실현하겠다던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정권 심판론이 바탕으로 깔려 있던 이번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는 선전을 했다. 새누리당은 전통 텃밭인 영남 지역을 대부분 지켜냈고, 과거 총선 때 부진했던 충청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강원 지역을 석권하다시피 함으로써 정권 심판론의 역풍(逆風)을 이겨냈다. 새누리당이 당초 최후 방어선으로 설정했던 120석을 크게 웃돈 선거 결과를 거두면서, 여권 내 유일한 대선 주자로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지는 한층 확고해졌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의 유리한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목표에 크게 미달해 진보당과의 야권 연대에 앞장을 서고 공천을 주도했던 한명숙 대표 책임론,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 후보로 그 지역 선거를 사실상 지휘했던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정치력 한계론(限界論)이 대두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다시 한 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대망론(大望論)도 되살아나게 됐다.

민주당의 목표 달성 실패 요인으론 선거의 구심점(求心點) 역할을 할 대통령 선거 대표 주자(走者)의 부재(不在), 진보당과의 연대 성사(成事)를 위해 일방적으로 좌파에게 끌려다니는 모습 때문에 빚어진 무당파(無黨派) 중간층의 민주당에 대한 안정감 동요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사회 경제적 양극화(兩極化)와 중간층이 하류층으로 추락하는 공포감의 확대, 청년 실업자의 증가를 비롯한 이명박 정권의 부정적 실적을 복지·노동에 대한 당의 미래 비전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민간인 사찰 문제라는 과거 심판에만 집착해 20~40대 세대의 적극적 참여와 지지를 끌어들이는 데도 당초 기대했던 호응을 불러오지 못했다. 선거 후반에 터진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여성 비하, 노인 박해, 기독교를 향한 막말 파문을 적시(適時)에 대처하는 데 무기력(無氣力)했던 것 역시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으로 보수 진영에선 충청 거점 지역 정당 선진당이 몰락했고, 박근혜 위원장의 보수 일신(一新) 방향에 이론(異論)을 제기했던 박세일씨 중심의 국민생각의 국회 진출이 좌절됨으로써 보수 진영은 새누리당으로 일원화됐다. 반면 진보 진영에선 앞으로 12월 대선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번 총선으로 드러난 진보당의 득표력(9.93%)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과도하게 진보당에 끌려다닐 때 발생할 무당파 유권자의 민주당과의 거리감 확대를 우려해야 하는 고민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명암(明暗) 대비가 12월 대선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속단(速斷)이다. 새누리당은 전체 유권자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선 2004년 탄핵 광풍이 불었을 때 한나라당이 차지했던 33석을 겨우 웃도는 정도의 저조한 성적에 머물렀다. 대구 경북이란 홈그라운드에서 압도적 득표력을 보이고, 충청·강원에서도 당초의 불리(不利) 예상을 뒤집었던 박근혜 위원장의 힘도 수도권에선 거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총선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50대 이상 유권자층에서만 우위를 점했을 뿐,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이하 젊은 층에선 크게 밀렸다. 새누리당은 나라의 미래를 떠맡게될 세대, 나라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지역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구심점 역할을 할 대선 주자가 없는, 선거의 동력(動力) 부족을 절감한 민주당은 이번 총선 결과를 역전시킬 유일한 희망을 안철수 교수에게 걸고 정치적 구애(求愛)를 본격화할 것이고, 최근 들어 정치적 의욕을 적극적으로 표시한 안 교수 역시 여기에 응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새누리당은 작년 이후 재정 소요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복지를 늘리자는 야권(野圈)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야권의 쟁점 주도를 막는 데 숨가빠했다. 새누리당은 내구 연한이 끝난 지 오래인 1970년대형 국가 발전 모델에 매달려 있는 한 유권자들이 12월 대선에서 다시 한 번 정권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한 가장 적절한 판단은 '총선은 끝났고, 대선이 시작됐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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