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오원춘의 얼굴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해사건과 관련, 용의자 오원춘(42)의 범행이 "우발적"이라는 당초 진술과는 달리 계획된 범죄로 드러남에 따라, 그의 범행에 관한 의문점이 원점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또 다른 범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의 진술을 그대로 믿고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하던 경찰도 CCTV 판독 결과에 따라 "여죄를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초범이 시신을 280여개로 토막?

오원춘이 A씨 시신을 280여 조각으로 토막낸 것도 초범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씨는 경찰 조사에서 "2일 오전 5시쯤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다음, A씨를 가방에 넣으려고 했는데 시신이 생각보다 커 보여 잘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초범은 가능한 한 빨리 시신을 처리하려고 한다. 단순한 운반 목적이었다면 큰 덩어리로 잘랐을 것"이라면서 "280여개로 토막을 냈다는 것은 오원춘이 시신을 자르면서 흥분 등을 느꼈다고 볼 수도 있다. 관련 경험이나 지식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오원춘은 네이멍구(內蒙古)출신인데, 칼을 쉽게 다루고 썼던 문화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면서 문화적 요인도 지적했다.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범행현장인 오원춘(42)씨의 집 안. 방안에 여행용 가방과 옷가지들이 뒹굴고 있다.(왼쪽) 오씨의 컴퓨터 책상 위에 놓여진 중국술.(오른쪽 위) 오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폭 1.5m의 화장실.(오른쪽 아래)

◇유영철과 비슷한 성적 좌절감?

오원춘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발기부전이라고 했다. 오원춘은 A씨를 상대로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법의학적으로 볼 때 성적인 좌절감이 극단적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경찰은 오원춘이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성매매업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봐서,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는 주장에도 신빙성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성적 콤플렉스를 안고 있던 살인마 유영철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오원춘의 집에서 발견된 생리대도 의문이다. 이 생리대는 경기도 성남 분당에 있는 한 호텔 객실에 1회용품으로 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곽대경 교수는 "오원춘이 자신에게 쓸모없는 생리대를 집으로 갖고 간 것은 여성 용품에 대한 성적 환상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도 여성을 폭력으로 제압하고 성관계를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욕구 불만이 분노로 바뀌어 살해한 것"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아닌가?

중국 네이멍구 출신인 오원춘은 현지에서 벼농사를 짓다가 막노동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오원춘의 중국 내 범죄 경력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했으나 중국 측으로부터는 아직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오원춘을 조사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프로파일러 권일용 경감은 9일 오전 한 방송에 출연해 "오원춘에게 한국 사회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러나 오원춘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아니다"라고 했다. 오원춘이 사이코패스처럼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오원춘이 계획적으로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CCTV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국 누볐다는데…추가 범죄는?

2007년 9월 한국에 온 오원춘은 경남 거제에서 노동일을 시작했다. 이후 부산과 대전, 용인, 제주, 수원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주로 현장 숙소와 여인숙에서 생활했다. 경기경찰청은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실종 및 강력 사건과 오원춘이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지만 오원춘의 추가 범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경찰이 보낸 오원춘의 구강세포 등을 바탕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여죄 여부를 조사했으나, 전국의 미제사건과 일치하는 DNA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이렌을 울렸다면?

경찰이 A씨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사이렌을 울렸다면, 살인마에 가까운 성향을 보인 오원춘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경찰은 당시 늦은 시각이었고, 당황한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가능성이 있어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사이렌은 기본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 범행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사이렌 소리를 듣고 범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사이렌을 울렸다면 살인은 했을지 몰라도, 누군가 자신을 잡으러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체를 훼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고 했다. 반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오히려 사이렌을 울렸다면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고 거칠게 반항하면서 더 일찍 살해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엽기적인 '수원 살인사건'의 살인범 오원춘(42)이 10일 오전 경기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