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8일에도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있는 시한인 지난 4일 이후 대형 변수들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나꼼수 출신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다. 여성과 노인, 종교 등을 넘나든 김 후보의 막말에 대해 여야 모두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당장 예측하기 어렵다"고들 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공표 가능한 4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의 상당수가 의미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새누리, 민주 모두 "우리가 불리"

새누리당은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50여곳을, 민주당은 70여곳을 초박빙 접전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두 당 관계자들은 8일 "접전지가 몰린 수도권에서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나오면 대패(大敗)할 수 있다"며 서로 자신들에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새누리당의 조윤선 선대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단일후보를 낸 탓에) 2 대 1의 버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총 의석 수에서 야권에 20석 이상 뒤짐으로써 거대 야당의 출현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8일 충남 천안을 방문, 지원 유세에 앞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까치산 시장을 방문해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오른쪽 사진).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새누리당 130~135석, 민주당 140~145석 정도로 예측해 왔다"면서 "이는 수도권 접전 지역 40여곳에서 4~5할 승리를 전제로 한 것인데 그 전제가 무너지면서 20석 이상 차이의 대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선숙 사무총장은 "전국 70여곳 접전지역 대부분을 이겨야 130석 안팎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런데 70곳 중 30~40곳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48개 지역구에서 안정적 우세 지역은 6곳뿐"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경기·충청의 10%포인트 이상 우세지역과 호남 등에서 40~50석, 비례대표 20석 정도를 합치면 경합지역 70곳에서 60곳을 이긴다고 해도 130석 정도라는 설명이었다.

◇'MB 심판론' 對 '김용민 막말 파문'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자의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켜 놓은 상태"라며 "지금 남은 것은 부동층을 누가 잡느냐는 싸움인데 민주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파문이 막판 변수"라고 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용민 이슈'가 수도권에서 1~2% 차이 접전이 벌어지는 접전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당초 수도권에서 35석 이하로 예상됐던) 새누리당이 40석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교회 비하 발언이 기독교인들을 동요시키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독교 단체들은 9~10일 김 후보 사무실 앞에서 사퇴요구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교계에선 비난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박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기를 쓰고 이번 선거를 '김용민 선거'로 만들려는데 이렇게 초접전으로 붙은 선거에서 한 요소가 한쪽에게만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0~30대와 야권 지지층이 더 결집, 막말 파문의 영향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