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재학생 부모 대상으로 학부모협의회(이하 학부모회) 구성을 추진하면서 '대학가 치맛바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 지도를 위해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대학생은 성인일뿐더러, 학부모회가 일부 초·중·고 학부모회처럼 치맛바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이다.

서울대 학생처는 지난달부터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교수·학부모·학생 3박자가 맞아야 된다"며 대학 차원에서 학부모회를 조직하는 안을 준비했다. 기존에 학부모회를 운영하던 농업생명과학대학 외 모든 단대에서 의무적으로 학부모회를 꾸리자는 것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서울대 학부모 초청행사'를 진행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참석한 학부모 2000여명 대부분이 신입생 학부모였고, 이벤트성 성격이 강해 학부모와 심도 있는 소통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달 22일 오연천 서울대 총장과 각 단과대학(원)장 등이 모인 학사위원회에 올라갔다. 회의장에서는 찬성과 우려가 엇갈렸다. 오 총장은 "학부모회에 사회 지도층 인사뿐 아니라 보통의 학부모도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학부모회 자체에 회의를 표했다. 한 학장은 "학부모회에서 학교 운영에 외압을 넣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서울대 학부모회장'이라고 쓰인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교수는 "(대학생들은) 다 큰 성인인데, 굳이 학부모회가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학부모회를 운영하는 농생대 정진화 학생부학장은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학교 학술림이나 수목원을 방문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등 호응이 높다"면서도 "현실적 여건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가 많이 참석하는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46·주부)씨는 "학부모회에 참여하고 싶어도 지리적으로도 멀고 경제적으로도 부담된다"며 "모임에 나가지 못하는 학부모를 둔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