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강간 축제라니… 무슨 말이죠?"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 유학생 존(24)씨는 이달 개최되는 한 지자체의 유채꽃 축제 홍보 문구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유채꽃 축제의 영문명칭이 'Rape Flower Festival'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 rape(레이프)가 '강간' 또는 '강간하다'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유채꽃 축제를 '강간 축제'로 해석하게 된다. 그는 "rape는 미국에선 매우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단어"라며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축제 이름을 듣더니 깜짝 놀랐다"고 했다. 화사한 빛깔로 봄을 알리는 전령사 유채꽃이 어쩌다 '강간화(强姦花)'가 된 것일까.

유채꽃의 영문명은 rape flower다. 여기서 'rape'는 순무를 뜻하는 라틴어 'rapum'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채꽃이 지중해 연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동아시아에서 자라고 있어 대다수의 외국인들에게 유채꽃 영문명은 익숙하지 않다.

매년 4~5월, 제주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구리한강 유채꽃 축제, 남지 유채꽃 축제,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 대회 등 6~7개에 이르는 유채꽃 축제 대부분이 영문표기를 'Rape Flower Festival'로 하고 있다. 외국인 친구와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대회에 참여했던 김모(32)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영문표기를 보고 '강간 축제'로 받아들이고 오해를 해 난감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서귀포시청 관계자는 "영문표기를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유채와 유사한 카놀라(Canola)로 축제 영문명을 바꿨으나, 정확한 명칭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어 다시 레이프(rape)로 쓰고 있다"고 했다. 식물학계 관계자는 "유채를 우리 발음 그대로 영문화해 'Yuchae'로 쓰거나 학술명으로 쓸 수 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영문명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