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상하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근교를 다녀올 때의 일이다. 상하이를 떠나는 버스에 올라 지정된 좌석을 찾았더니 젊은 남녀가 이미 앉아 있었다. 그들은 내 좌석 번호를 말하자 뒤에 있는 자신들 좌석을 가리키며 "거기나 여기나 차이가 없으니 뒤에 앉으라"고 했다. 일언반구 양해를 구하는 말이 없어 불쾌했지만 참았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두 사람은 키스를 하고 볼을 부비는 등 온갖 스킨십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젊은 사람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되돌아올 때 버스 안에서 또 그런 커플을 만났다. 하지만 이 커플은 끊임없이 스킨십을 하면서 수시로 뒷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 둘과 얘기를 주고받았다. 상하이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동안 이런 동작이 반복됐다.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네 사람 간의 관계를 물어보았다. 대학 친구 사이라고 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학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버스 안에서 거리낌없이 키스를 하고 애무를 하다니. 더 놀라운 것은 이를 보는 친구들도 만류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표정이 극도로 덤덤했다는 것이다.

상하이나 광저우 같은 중국 대도시의 지하철에선 젊은 남녀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빈번한 것 같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성인이 아니라 어린 중학생들의 지하철 키스 사건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다소 익숙해졌지만, 한때 한국 관광객들은 중국 공원을 찾았다가 대낮에 남녀가 벤치에 앉아 키스를 하거나 애무를 하는 장면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학생들의 애정 표현은 노골적이다. 이에 대해 과거엔 중국 젊은이들이 육체적 애정 표현을 할 사적인 공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4명 이상이 한방을 쓰는 중국의 대학 기숙사는 남녀 밀회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 여기다 대학생의 경우 과거엔 숙박업소에 갈 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돈이 있어도 혼인증이 없으면 남녀가 함께 숙박업소에 투숙할 수 없는 사회적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형편이 좋아졌고 숙박에 혼인증도 필요 없어졌지만 공개 장소에서의 육체적 애정 표현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한 여대생은 "과거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 학생들 사이엔 공개 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삼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다"고 했다.

언젠가 중국 인터넷에 '애인 팝니다'라는 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사귀어온 여자 친구와 헤어지려 한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투자한 돈이 적지 않은데, 그 액수의 돈을 준다면 애인을 넘겨주겠다'는 광고였다. 이에 대해 중국인과 한국인을 모두 잘 아는 한 중국 동포는 "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남녀 애정을 물질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고 했다. 남녀 애정을 관념적으로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공개 석상의 애정 표현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덜하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뒷담화'도 적다지만,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