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뷔페식당. 얼굴엔 주름살이 그득하지만 체격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건장한 만 60대 이상의 남성 100여명이 식당을 꽉 채웠다. 무대 위에서 온몸에 오일을 바른 보디빌더 10명이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근육을 움직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서영갑(75)씨가 대흉근(가슴 근육)을 움직이자 열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한국실버휘트니스중앙연합회(회장 송종수) 회원들. 1993년 만 60세 이상 남성들의 보디빌딩 동호회로 출발해 이날 사단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 단체는 오는 6월 '실버 미스터 코리아' 대회도 열 계획이다.

시범경기에 나선 서영갑씨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 출신이다. 40대 초반까지는 주말에 등산 한번 가지 않을 정도로 운동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고3 담임을 맡으며 체력의 한계를 절감한 그는 3㎏ 아령을 들어 올리는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날마다 역기 무게를 늘리며 몸을 만들었다. 44년간의 교직 생활에서 은퇴한 1999년엔 전국보디빌더대회에 출전해 중년부(50대 이상)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각종 대회에 40여 차례 출전해 꾸준히 입상했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70대가 된 지금도 벤치 프레스 50㎏ 이상을 하루 75번씩 들어 올린다고 한다.

합성사진이 아닙니다 - 누가 이들을 60·70대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30년 넘게 각종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단련한 유재근(왼쪽부터), 이계남, 서영갑씨의 몸은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이었다.‘ 건강미 넘치는 할아버지들’은 29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시니어 보디빌딩 동호회 행사에서 보디빌딩 시범경기를 펼쳤다.

서씨는 "예전엔 깡마른 약골이었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20대도 부럽지 않은 강골로 살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두박근을 내보였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이계남(71)씨는 37세가 되던 해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반신 마비가 찾아왔다고 했다. 삶의 의욕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처남의 권유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건강을 찾은 그는 이후 정식으로 보디빌딩에 입문해 1985년 미스터 코리아 라이트급 3위에 올랐다. 작년 설연휴 한 방송사에서 주최한 '동안 선발대회'에서는 3000여명의 지원자 중 '최고 동안'으로 뽑혔다.

올해 69세인 유재근씨는 지금도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1969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다친 허리를 고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평생의 업이 됐다. 유씨는 "나이가 많아서 운동을 못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체력이 뒷받침되는 한 평생 역기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