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론자들은 이렇게 의심했다. "연구 대상의 소설이지, 독서 대상의 소설은 아니다." "경험의 직접성이 아니라 이론을 읽고 거기에 맞춰 쓴 것일 수도." 심지어 이런 날 선 혐의까지 뒀다.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문학제도에 대한 성찰이기보다 문학제도에 의해 관리받기를 욕망하는 게 아닐까." "독자에게 불친절한 소설이다."

그러자 옹호론자들은 이렇게 반박했다. "현대 사회에서 욕망대로 사는 삶은 불가능하다. 이 작가들의 글쓰기는 욕망의 주체인 주어를 지워버리고 언어 자체가 글을 쓰게 하려는 노력이다." 이 전제하에 적극적 추인과 해석이 잇따랐다. "새로움을 향한 치열한 실험정신" "소설에 대한 반성이나 실천" "현대 사회의 윤리의식에 대한 각성" "가독성(可讀性)에 대한 최근 몇 년간의 집착이 오히려 소설이라는 장르를 시시하게 만들고 독자를 떠나게 만들었다."

최종적으로는 만장일치로 합의했지만, 최근 1년간의 심사독회 중 가장 치열한 격론이었다. 홍콩에서 '맨아시아 문학상'을 받고 귀국한 뒤 바로 독회에 참석한 신경숙 심사위원은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심사의 진경(珍景)"이라고 이날 독회를 요약했다.

글쓰는 자의 무의식과 욕망에 천착한 두 젊은 작가가 '2012 동인문학상' 3월 독회의 주인공이 됐다. 단편집 '포주 이야기'(문학과지성사)의 김태용(38)과 역시 단편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문학과지성사)의 한유주(30)가 그 이름이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유종호·김화영·오정희·정과리·신경숙·김동식·김대산)는 최근 4차 심사독회를 갖고 이 두 작품을 올해 동인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으로 올렸다.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독자에 대한 과도한 친절이 오히려 소설이라는 장르를 시시한 것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기억하라. 우리는 우리 식대로 쓸 것이다. 한유주(왼쪽)와 김태용.

두 작품은 일종의 메타픽션이자 실험소설.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기존의 이야기 소설로는 예술적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혹은 무의미하다"는 전제하에, 글쓰기 그 자체에 몰입하며 미학적 충격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서사는 의도적으로 빈약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한 심사위원은 "플롯의 의도적 왜곡과 지연이 있는 꽈배기 소설"로 호명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하이데거와 플로베르를 인용해 두 작품을 옹호하거나 비판했다. "말하는 것은 언어이지, 인간이 아니다" "언어가 저 혼자 글을 쓰게 하고 싶다"라는 철학적 명제의 충실한 후예들이라는 것.

두 작가 모두 글쓰기와 언어의 문제를 소설화하고 있지만, 빛깔과 무늬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심사위원들은 "한유주의 소설이 반성적 의식의 차원에서 학문적 엄밀성을 추구하듯 투명한 문체로 언어의 문제를 소설화하고 있다면, 김태용의 소설은 신체적이고 실존적 차원으로 해체시켜 형상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심사위원은 김태용이 작품에서 '배설'과 '분비'에 주목했다. "버려지거나 청소되어야 할 대상으로부터 생산의 가능성 또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최종심 후보작은 정영문 장편 '어떤 작위의 세계', 한강 장편 '희랍어 시간', 강영숙 소설집 '아령하는 밤', 김미월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박형서 소설집 '핸드메이드 픽션' 등 총 7편이 됐다.

[소수의견 받은 황정은 '파씨의 입문'] 시작·끝이 없는 '산뜻한' 이야기

동인상 심사위원회는 황정은(36)의 ‘파씨의 입문’(창비)을 이번 달 독회의 ‘소수 의견’으로 제시했다. 다수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소수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작이 있고 중간이 있고 끝이 있는 것이 이야기라고 말했다. 황정은의 소설은 이야기에 대한 일반적 규정을 가볍고 산뜻한 문체로 비켜간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노라면, 시작도 끝도 없이 중간에서 시작해 또 다른 중간에서 끝나는 것 같은 소설과 만나고 있다는 즐거움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작가가 설정한 개인적 상징이 과도하게 부여되어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숙성되지 않은 상상력이 빚어낸 우발적 미적 효과에 현혹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도 느끼게 된다. 자유로운 발상과 신선한 리듬감이라는 그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주제적 구심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3월 독회에서 검토한 작품들

이번 독회에서 검토한 작품은 먼저 김사과의 ‘테러의 시’(민음사). 다방면으로 부패되어가는 사회의 혼돈을 감각적이고 직접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드러내고 있는 신랄함은 비판적 분노의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도 있지만, 또한 비극적 사태를 향한 공감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안보윤의 ‘우선멈춤’(민음사)은 각자의 역할을 자기답게 소화해내지 못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 소설이 묻고 있는 것은 생명의 보살핌을 위해 형성되는 가족의 의미이지만, 그런 의미에 대한 반성으로 이끌 수 있는 내적 필연성이 아쉽다는 중평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다음 달 독회 집중 검토작으로 오수연의 ‘돌의 말’(문학동네), 이응준의 ‘내 연애의 모든 것’(민음사), 박금산의 ‘존재인 척 아닌 척’(뿔), 김현영의 ‘하루의 인생’(자음과모음) 네 작품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