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토크쇼 전성시대'다. 지상파 방송사는 각각 1주일에 3개씩 예능토크쇼를 내보내고 있고 케이블 방송의 토크쇼는 너무 많아 세기도 힘들 정도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시사토크쇼까지 가세해, 심지어 한 방송사 안에서까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토크쇼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바로 '섭외력'. 게스트 섭외 임무가 기본인 작가들뿐만 아니라 PD들까지 나서 프로그램의 '명운'을 걸고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발로 뛰며 섭외 전쟁을 치른다.

PD들의 가장 기본적인 섭외 노하우는 얼굴 자주 비추기. 배우의 촬영장 또는 연극무대, 가수의 공연장 등을 직접 찾는다. 연예인의 결혼식이나 아이들 돌잔치 등도 빠짐없이 찾아 눈도장을 찍는다. 조금이라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화환을 보내는 건 기본. 화환에는 '○○(프로그램 이름)은 당신을 원한다' 등의 읍소형 문구가 들어간다.

쿠키나 와인 등의 선물 공세는 물론이고 일부 PD들은 '섭외 노트'까지 만든다. A라는 인물이 "지금은 시간이 없고 몇 달 뒤면 가능하다"고 하면 그 내용을 적어놓고 '그 몇 달 뒤'가 됐을 때 다시 접촉해 성사시키는 식이다. SBS '강심장'의 박상혁 PD는 "타이밍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한 악역을 한 배우가 다음 작품에서 유쾌하고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거나, 나이 든 연예인이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보고 싶어한다는 말이 들릴 때 섭외하면 거의 성공한다"고 했다. 박 PD가 작년에 낚았던 '대어'는 가수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한 임상아. "임씨 측으로부터 '조금 시간이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딴생각이 들지 못하도록 바로 비행기표를 예매해 부쳐 13년 만의 방송출연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SBS '힐링캠프'의 최영인 CP는 19일 출연했던 배우 차인표를 섭외하기 위해 1년을 투자했다. 차인표의 북 사인회에 가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사인을 받으며 출연요청을 했다고 한다. 차인표 소속사 관계자는 "섭외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제작진을 보면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결국 이런 것들이 쌓이고, 우리 측의 타이밍이 맞으면 그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된다"고 했다.

22일 개그맨 김병만을 섭외했던 KBS '해피투게더'는 아예 출연자를 위해 프로그램 콘셉트 자체를 바꾼 경우. 김광수 PD는 "토크쇼를 부담스러워 하는 김병만을 위해 그의 히트 개그코너 '달인'에 맞춘 기획안을 건넨 게 먹혔다"고 했다.

MBC '놀러와'의 김명정 작가는 "2010년 '세시봉 특집'을 위해 송창식을 섭외하면서 송창식의 앨범 1집부터 3집 목차를 수화기에 대고 읊었다"며 "진심 어린 팬심으로 다가가니 성공했다"고 했다. "방송 출연을 고사하다 최근 출연을 확정한 한 유명 여성 라디오 DJ가 '우리는 뛰어난 요리 장인이 꺼내주기를 바라는 냉동식품'이라고 하더라.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을 프로그램을 통해 소모시키지 않겠다'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A 연예인이 출연을 거부하면 그의 소속사에 '떼를 써' 다른 소속 연예인을 끌어내는 '꿩 대신 닭' 전술, 연예계에 발이 넓은 프로그램 MC들의 후광 효과를 이용하는 '협공 작전'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