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결혼한 중학교 역사교사 김진미(31)씨는 두 가지 원칙 아래 결혼식을 준비했다. 꼭 필요한 돈만 쓸 것, 재미있는 식을 올릴 것.
예단 준비할 때 김씨는 용기를 내 예비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다들 반상기·수저·이불을 하던데, 정말 필요한 다른 물건으로 준비하면 어떨까요?" 고부(姑婦)가 의논해 그 절반 비용으로 시집 TV를 바꿨다.
결혼식도 남달랐다. 주례가 없는 대신 신랑·신부가 직접 기타쳤다. 양가 부모의 어릴 적 흑백사진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틀며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올해 평균 결혼비용은 2억808만원(조선일보·선우 공동조사). 그중 4783만원이 예물·예단·예식·신혼여행 비용이다. 하지만 김씨는 1500만원에 다 해결했고, 결혼식 한 달 뒤 "생각할수록 뿌듯하다"는 후기(後記)를 예비신부 22만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웨딩공부'에 띄웠다. 취재팀이 최근 1년간 이곳 게시판에 올라온 후기 206건을 분석해보니, 공통점이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글 쓴 사람은 밝히지 않는다.
◇새록새록 뿌듯한 결정
신부들이 '잘했다'고 자평한 결정은 ①예물·예단에 돈 쓰지 않은 점(206명 중 144명) ②발품 팔아 비용 줄인 점(141명) ③예식·신혼여행 비용을 줄인 점(101명) ④혼수 줄인 점(65명) ⑤개성 있게 식을 올린 점(41명) 순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작은 결혼식' '재미있는 결혼식'을 치렀을 때 만족도가 높단 얘기다. "저 혼자 안 하겠다고 고집부려서 가능했던 건 아니죠. 예단·예물 생략하자고 먼저 말씀하신 건 시부모님이었어요. 살면서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중고시장 게시판에서 신혼여행 때 입을 옷을 잔뜩 샀어요! 중고도 잘 활용하면 '득템' 하잖아요? 평소 입고 다닐 옷들도 아닌데,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두고두고 땅을 치는 결정
그렇다면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결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①예단·예물 비용 더 아끼지 못한 점(97명) ②예식·신혼여행 비용을 더 줄이지 못한 점(66명) ③남들과 똑같은 예식 치른 점(58명) ④발품을 더 팔지 않은 점(57명) ⑤예식ㆍ신혼여행을 내 고집대로 진행하지 못한 점(42명) 순이었다.
결혼식 후기는 보통 신혼여행 다녀와서 한 달쯤 됐을 때 쓴다. 결혼식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냉정한 '살림꾼 마인드'가 돌아오는 시기다. 신부들은 특히 결혼식 당일 들어간 비용을 아까워했다. 옷·물건·화장·사진 등 대체로 허영심이 좌우하는 항목들이다.
"한복은 절대 비싼 거 하지 마세요. 결혼식 날 하루 입고 다음에 언제 입을지 모르겠네요. 차라리 그 돈으로 신혼여행 숙소를 업그레이드 할 걸 그랬어요."
"예물로 다이아몬드 5부 반지를 했는데, 지금은 안 끼고 다니네요. 받을 때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는데 그것도 한 달입니다."
뿌듯해하는 사람이건, 후회가 많은 사람이건 공통적으로 하는 충고가 하나 있었다. 남들에 끌려가지 말고, 허영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