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첫날인 26일 저녁 벨기에 조엘 밀케 부총리, 프랑스 베르나르 비고 원자력에너지위원장, 네덜란드 우리 로젠탈 외교부 장관은 의료용 고농축우라늄(HEU)을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 '얼마나 많은 핵물질이 감축되느냐'란 점에서 이 나라들의 발표는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전 세계 고농축우라늄 1600t

전 세계에 산재한 핵물질은 군사용과 민수용(연구, 의학용으로 주로 사용)을 합쳐 고농축우라늄(HEU)이 약 1600t, 플루토늄이 약 500t으로 추산된다. 약 12만650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최대 핵무기 2만개 분량의 핵 물질을 감축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핵물질의 15% 이상 감축하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는 것이다.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정상 업무만찬에서 50여 개국 정상들이 회의장에 둘러앉아 있다. 참가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감축 계획을 논의한 뒤 2013년 말까지 각국의 입장을 제출하는 데 합의할 전망이다.

핵물질 대부분은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약 절반을 차지하는 민수용 핵물질이 상대적으로 테러 등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국제 테러 집단은 핵무기 제조·은닉·수송에 용이한 HEU용 핵폭발장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핵안보정상회의도 HEU 관리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핵물질 보유국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인정한 핵무기 보유 5개국(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중국)과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은 인도·파키스탄, 이스라엘을 꼽을 수 있다. 핵보유국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기화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을 보유한 나라도 호주·일본·벨기에·카자흐스탄·이란 등 25개국에 이른다.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각국은 핵물질을 안전하게 처분·관리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왔다. 캐나다와 칠레 등 7개국이 약 400㎏의 HEU를 없앴고 중국·알제리·아르메니아 등이 핵테러억제협약에 가입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 모든 HEU를 제거했고 베트남은 연구용 원자로에 들어 있던 HEU를 지난해 말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했다. 참가국들은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감축 계획을 논의한 뒤 2013년 말까지 각국의 입장을 제출한다는 데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핵물질 탈취를 막아라"

핵물질이 불순한 세력에 의해 탈취되거나 밀매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도 이번 회의 주요 의제다. 한 나라만으로는 수많은 핵시설을 보호하거나 핵물질 불법거래를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불법핵거래데이터베이스(ITDB)에 따르면 1993년 이후 핵·방사성 물질의 분실·불법거래 사고는 2000여건에 달한다. 소량이지만 HEU와 플루토늄의 분실·도난도 20여건 발생했다.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 조치로 꼽히는 것이 개정된 핵물질방호협약(CPPNM)의 조속한 발효다. 이 협약은 핵물질 보호·이동·저장은 물론이고 테러 행위로부터의 핵시설 보호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협약 발효에 97개국 이상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52개국만 비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