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후보 사퇴 촉구한 김희철 의원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여론조사 조작의혹에 시달린 끝에 23일 서울 관악을 야권단일후보직을 내놨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해온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이 기뻐할 새도 없이 야권단일후보 자리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로 메워졌다.

이로써 관악을에서는 김 의원과 이상규 후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간 3자 구도가 형성됐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주일간 여론조사 나이조작 의혹에 시달리던 이정희 대표는 이날 오후 "야권단일후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부족함,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경선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 일으킨 것이 다름 아닌 나"라며 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낸 인물은 김희철 의원이었다.

관악을 경선에서 이 대표에게 패한 김 의원은 여론조사 조작의혹이 불거지자 "진보의 생명은 바로 도덕성"이라며 "이처럼 엄정한 문제를 야기한 이 후보는 국민과 관악구민에게 사죄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해야한다"고 이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동안 김 의원은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은평을 고연호, 노원병 이동섭, 경기 덕양갑 박준 후보 등 서울 시내 민주당 예비후보들까지 규합, 전선을 확대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동시에 압박해 경선 결과를 뒤집겠다는 심산이었다.

김 의원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심지어 야권연대 와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정희 대표는 야권연대 합의의 주체로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사퇴를 결심했다.

이 대표의 사퇴 소식을 접한 김 의원은 "정의가 승리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늦게라도 사퇴해서 야권연대가 잘 성사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가는 길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퇴로 관악을 장악을 꿈꿨던 김 의원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통합진보당이 이 대표가 빠진 자리에 이상규 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공천한 것.

김 의원의 입장이 더 난처해진 이유는 이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는 점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은 이 대표가 사퇴한 관악을을 '야권연대의 성지'로 격상시켰고 민주당은 이에 호응하듯 새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한때 동지였던 한명숙 대표까지 김 의원을 향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정희 대표가 사퇴한 후 한 대표는 "야권연대 김 의원은 민주당의 후보였기 때문에 탈당을 만류했다"며 "하지만 이미 탈당한 지금 김 의원은 민주당의 후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장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 대표의 사퇴로 구도가 재편되면서 야권 후보는 무소속인 김 의원과 야권단일후보인 이 전 위원장으로 확정됐고, 이들은 여권 후보로 공천된 오신환 전 서울시의원과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처럼 3자구도가 형성됐지만 승부를 예측하기는 더욱 힘들게 됐다. 여론조사 1위였던 이정희 대표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일보가 지난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가 47.3%의 지지율로 40.1%를 차지한 새누리당 오 후보를 7.2%포인트 앞선 바 있다.

이미 4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오 후보가 더 기세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관악을이 전통적 야권 우세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표심이 이 전 위원장과 김 의원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